급경사에 골목 곳곳 패여…환자들, 종종걸음으로 이용
광주 동구 "사유지 내여서 정비 한계…보수 방안 강구"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비좁은 데다가 경사까지 급하니 오가기 불편하죠. 누가 이 골목을 병원 응급실 가는 길이라고 생각할까요?"
30일 낮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광주권역응급의료센터로 향하는 골목 어귀.
환자복 차림으로 보호자의 부축을 받아 경사로를 내려오던 한 시민은 '조선대병원 가는 길'이라고 적힌 낡은 팻말을 보자 혀부터 찼다.
그는 학동 593-21번지 일대 골목을 내려가며 "광주에 2곳뿐인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길인데 관리가 안 돼도 너무 안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사가 급한 것은 둘째고, 길이 100m도 안 되는 골목 구간이 울퉁불퉁하다 못해 곳곳이 패여 거동이 불편한 통원 환자나 노인들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인근에서 자취 중이라는 한 조선대 재학생은 "젊은 학생들도 이 길을 오를 때면 숨이 턱 막힌다"며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을 위해 도로를 포장하거나 손잡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버스정류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이 골목은 1969년 5월부터 한 시민이 소유하기 시작한 '현황도로'다.
오랜 기간 주민이나 불특정 다수가 부지를 통행로로 이용하면서 사실상 도로의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사유지여서 지도에는 도로로 표기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토법·도로법·건축법에서 규정하는 도로에 포함되지 않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보수하거나 개선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사유지 안 노후도로나 시설물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소유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소유주가 타지역에 거주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부지 개선에 나서기 어렵다.
조선대병원 측은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응급의료센터를 출발해 학동 진입로·남광주시장·남동성당 건너편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하루 35회 운영 중이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처음 병원을 방문할 때는 해당 정보를 알기 어려워 이용객이 많지는 않다.
동구는 이날까지 이 골목을 이용하면서 심한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는 민원이 접수되지는 않았지만, 노후로 인한 사고 위험성을 인지해 정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유지 도로를 소유주 동의 없이 개선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도로를 정비해도 추후 소유주가 원상복구 해달라고 한다거나 소송을 제기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해당 골목은 대학병원 응급실과 외래 진료과로 가는 길목인 만큼 이용자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해 정비 방안을 찾겠다"며 "소유주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승낙받은 뒤 도로를 보수하겠다"고 전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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