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시설에 대한 공격을 유예하고 오는 4월 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이란과 협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주말 미 전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해병원정대와 육군 정예부대 수천명을 중동 지역에 증파하면서 총 5만명의 병력을 집결시키며 지상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이란도 결사항전 의지를 보이고 있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수일 내에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조기 합의' 의지를 내비쳐 막판 협상 타결 기대감도 여전하다.
"미국에 왕은 없다"…50개주 3300곳 反트럼프 역대 최대 시위
반트럼프 시위인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지난 주말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해 6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 열린 이번 시위는 미 워싱턴DC,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50개 주에서 총 3300여건의 집회가 열렸으며, 90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 이란 전쟁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지난 1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이민 단속 중 미국인 르네 굿, 알렉스 프레티 등 미국인 2명이 연방 요원의 총격을 받아 숨진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수만 명의 군중이 미네소타주 의회 앞 광장에 모여 "ICE 아웃(out)"을 함께 외쳤다.
워싱턴DC에서는 수백명이 링컨기념관을 지나 내셔널 몰까지 행진했고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시위에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이 수천 명과 함께 참석했다.
'노킹스' 시위는 유럽을 비롯해 남미, 호주 등 12개국이 넘는 곳에서 열렸다.
美 해군·해병대 3500명 중동 추가 배치 총 5만명 집결…"지상작전 준비 중"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 미군을 배치하며 지상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28일 엑스(X) 계정을 통해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LHA 7)에 탑승한 병력이 도착해 해군 및 해병대 약 3500명의 중동 추가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트리폴리함은 해군·해병대로 구성된 트리폴리 상륙준비단과 31해병원정대의 기함이다. 해병원정대는 전통적으로 함정에서 해안으로 이동이 필요한 상륙 작전, 대규모 대피 작전 등의 임무에 투입돼 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란에서 수주간에 걸친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당국자들이 이란에서 수주 간의 지상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대이란 지상 작전은 전면 침공 보다는 특수부대와 일반 보병이 혼합된 형태의 기습 작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한 달간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 지역 기습을 통해 상선이나 군함을 노릴 수 있는 이란의 무기를 탐지·파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전했다.
작전 지속 기간과 관련해 한 관계자는 목표 달성까지 "수개월이 아닌 수주"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다른 관계자는 "수개월"일 수 있다고 WP에 말했다.
백악관도 WP 보도를 인정했다.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국방부의 임무는 최고사령관에게 최대한의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란 "미군 지상 도착하면 불태우겠다" 결사항전 의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은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 의장은 29일 성명에서 "적은 공개적으로 협상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은밀하게 지상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며 "우리 병사들은 미군이 지상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그들의 목숨을 불태울 작정"이라고 밝혔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은 전쟁에서 달성하지 못한 것을 15개 항의 요구 조건으로 제시했다"며 "트럼프는 이슬람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었지만, 전쟁 이전에 열려있던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것이 그의 실질적 목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에너지시장은 통제불능 상태이며, F-35 전투기부터 항공모함까지 미국이 과시하던 전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거대한 세계대전을 치르는 중"이라며 "미국을 응징하고 후회하게 만들어 더는 이란을 공격하려는 생각을 품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우리는 모두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따르는 경건하고 깨어있는 추종자가 돼야 한다"며 지난달 폭사한 전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은 아들 모즈타바를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촉구했다.
파키스탄 "미국·이란 협상 며칠내 주최할 것"
한편,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키스탄은 중동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자국에서 곧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은 29일 파키스탄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와의 4개국 외무장관 회의 뒤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르 장관은 "파키스탄은 협상을 원활한 진행을 돕도록 이란과 미국이 모두 파키스탄에 신뢰를 표명해 매우 기쁘다"며 "며칠 안에 양측의 의미 있는 협상을 주최하고 돕게 돼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개국) 외무장관들이 이 구상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다"며 "튀르키예, 이집트, 사우디 측과 함께 역내 전쟁을 조기에,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란 매체 "중동 미군 철수, 호르무즈 통행료"…협상조건 제안
이란 언론이 미국과 종전을 협상하기 위한 9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도 협상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브라힘 카르하네이 박사는 29일 일간 카이한에 보도된 기고문에서 "이번 전쟁의 종식은 '12일 전쟁' 때와 달리 포괄적이며 억지력이 있는 전제 조건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르하네이 박사는 가장 우선적인 조건으로 "미군을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시키고, 서아시아(중동)에 있는 미군기지를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주권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경제 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이 국제적인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경우 미군의 위협 없이 '통행료'를 받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밖에 ▲ 이라크·레바논 및 '저항의 축'에 대한 불가침 원칙 ▲ 유엔과 미국의 이란 제재 해제 공식 발표 ▲ 미국 등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와 반환 ▲ 미국·이스라엘의 '침공' 인정과 배상금 지급 ▲ 아랍에미리트(UAE)의 3개 섬(아부무사 등) 영유권 주장 종식 성명 ▲ 전쟁과 테러를 영구히 중단하겠다는 '침략국들'의 약속 등을 협상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같은 주장은 미국 측이 건넨 15개항 종전안에 이란이 곧 역제안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앞서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는 ▲ 핵시설 해체 및 우라늄 농축 금지 ▲ 보유한 농축 우라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관 ▲ 역내 대리세력 지원 금지 ▲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이란과 협상 극도로 잘하고 있어…꽤 조기에 합의할 것"
트럼프 대통령도 29일 미국이 이란과 직·간접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꽤 조기에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전달한 15개 조항의 요구사항과 관련, "그들은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우리에게 줬다"라며 "그들은 우리 계획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는 15가지를 요구했고, 우리는 몇가지 다른 것들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30일 오전부터 대형 유조선 2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한 것을 거론하며 "그들이 (협상에) 진지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은 우리에게 이 모든 선박들을 줬다며 최근 이란이 유조선 10척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한 것을 언급한 뒤 "그리고 오늘 그들은 또 다른 선물을 줬다. 내일부터 선적될 20척 분량의 원유를 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매우 좋은 회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요구사항들을 얻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미 봐서 알겠지만 한 정권이 몰살당하고 파괴됐으며, 그들은 모두 죽었다"며 "다음 정권도 대부분 죽었다. 그리고 세번째 정권, 우리는 그 누구도 상대해 본 적 없는 다른 사람들과 협상하는 중이다. 완전히 다른 집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나는 이를 정권 교체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들(현 협상 상대)은 매우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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