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을 운영해 온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지난 3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복합적 돌봄 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부족하고 분절적으로 제공되어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통합돌봄은 살던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기존에는 보건의료, 주거, 요양, 돌봄 등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를 먼저 파악한 뒤 각각 신청해야 했으며 서비스 간 연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사람의 필요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제공 가능한 서비스에 사람이 맞춰야 하는 구조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제도다.
그러나 시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거 지원과 재활 서비스 부족, 예산과 정치적 의지 부족, 민간 공급자 의존, 협소한 제도 대상자 범위 등이 주된 비판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에 공감하면서, 좀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성찰과 질문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제도에서 말하는 '통합'은 과연 무엇인가. 서비스 중심 관점에서 사람이 그에 맞추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제도가 구현되는 단계에서는 다시 제공되는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제도는 '통합돌봄'이라는 또 하나의 수직적 서비스 패키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큰 틀에서 보면, 기존에 나열된 각각의 서비스를 그대로 두거나 일부 추가한 뒤, 중간에서 조정하는 인력을 덧붙인 구조처럼 보인다. 별도의 예산, 조직, 사업, 그리고 대상자까지 구획된 또 하나의 제도인 셈이다. 현재는 복합적 돌봄 연계가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고위험군의 사람들에게 위기가 발생할 때만 제공되는 '특별한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건강과 질병, 자립과 의존의 상태가 끊임없이 유동하는 삶의 연속성이나 예방적 개입, 관계성 같은 것은 좀처럼 고려하지 않는다.
단순히 서비스를 연계하고 재배치 하는 것 이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의료와 복지, 요양 서비스 모두가 처음부터 분절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온 탓에, 사람을 중심에 두는 서비스는 경험해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완벽하지 않아도 단편적 사례를 참고할 수는 있다. 이를테면 의료기관이 없는 마을에서 보건진료소는 일종의 통합돌봄을 수행하고 있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간단한 진료와 처방을 하면서,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의 휴대전화 세팅을 바꿔주거나, 코로나19 유행 때는 장을 봐주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도, 다른 곳에서 보건진료소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는 뜻도 아니다. 작은 마을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주민들과 지속적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아 왔다는 점이 핵심 요인이었다. 지역에서 요양, 돌봄 서비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은 서비스 공백을 유발했지만, 역설적으로 조정 과정을 단순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여기서 두드러진 것은 시장 메커니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의료와 장기요양 등 서비스 공급이 시장에 내맡겨진 현실을 비판한다. 이는 중요하게 짚어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시장 중심 체계의 문제는 서비스 공백 뿐 아니라, 서비스 간 연계 역시 어렵게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은 시장에서 경쟁하며, 이는 연계, 조정, 협력을 구조적으로 어렵게 한다. 의료만 보더라도 1·2·3차 기관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기능 및 역할의 구분과 기관 간 연계·협력이 오랜 기간 강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왔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시장의 민간 의료기관들을 동원하거나 조정하지 못해 공공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졌고, 민간의료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역시 상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했다. 이처럼 시장 중심의 공급 체계는 경쟁 속에서 협력을 어렵게 하고, 정부 당국의 조정 역량을 크게 제한한다.
시장 중심 체계에서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리고 그 적은 선택지 중에서 정부는 대체로 시장 공급자에게 인센티브(수가)를 얹어주는 시장적 방식에 의존해왔다. 코로나19 유행 시에는 손실보상금으로 민간의료기관에 약 5조 원을 지급했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 집중 하라고 3년 간 약 10조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공공의료나 1차의료에 비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행위자들이 '본래' 역할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막대한 것이다.
이처럼 시장의 민간 공급자들을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을 고려하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서비스 제공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지 못하고, 또 하나의 사업으로 수렴되는 현실이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돌봄 수요가 더 커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정부의 새로운 사업에 다시 시장의 민간 공급자들이 뛰어들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중심 체계가 그대로라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곳에서 서비스의 공백은 반복되고, 서비스 간 조정, 통합, 연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자 했던 제도의 출발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통합돌봄은 특정 대상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사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의료·요양·돌봄 서비스 전반을 관통하는 기본원리로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개입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흐름 속에서 지속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돌봄을 의미한다. 건강할 때는 예방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상태가 악화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고, 회복 이후에도 다시 일상적 관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통합은 서비스를 묶는 조정이 아니라, 삶의 연속성 위에서 돌봄을 재구성하는 원리인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분절을 만들어내는 시장 메커니즘의 영향력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언급하는 공공 공급자 확충은 확실히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하는 지불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 그리고 주치의제를 비롯한 1차의료를 공공이 중심이 되어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관련자료 바로가기). 주민이 돌봄 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비공식 돌봄과 공동체를 활성화하되, 돌봄 책임이 다시 개인과 가족에게 전가되거나 국가의 책임이 후퇴되지 않는 균형도 필요하다. 결국 진정한 의미의 통합은 '통합돌봄'이라는 제도의 틀을 넘어, 분절을 만들어내는 구조까지 바꾸어낼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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