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이란발 오일쇼크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가격 안정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거래 구조를 고착된 ‘갑을 관계’로 규정하고 개선에 착수해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주유소-정유업계 사회적 대화 기구를 출범시키며 정유사와 주유소 간 고착된 거래 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일 해당 출범식 직후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그간의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관계가 갑과 을의 관계로 정유사의 압도적 힘의 우위 속에서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정유사의 결단과 양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은 단순한 장기 논의가 아닌 시한을 둔 실질적 합의 도출에 방점을 찍었다. 정 의원은 “지금 논의된 문제들은 거래가 시작된 이후 계속돼 온 사안으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며 “10일 내 협상을 통해 100%는 아니더라도 50~60% 수준의 양보를 바탕으로 1차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구 출범식에서 설정한 주요 과제는 △도입원가와 시차를 반영한 정유업계의 국내 공급가격 산정 기준 개선 △전속거래 완화 등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 △사후정산제 개선 △정유사의 카드결제 허용 방안 등 네 가지다.
이번 4대 의제는 현행 정유사-주유소 간 유통 구조에 대해 주유소업계가 줄곧 제기해 온 오래된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정유사가 국내 주유소에 제품 공급시 국제제품가격 연동 중심의 공급가 체계는 실제 도입원가와의 괴리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지적이 있다. 주유소가 제품을 공급받을 때 특정 정유사와의 전속거래 계약 관행은 주유소의 선택권과 협상력을 제약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정유사의 사후정산제는 가격 확정 지연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비판이 있으며 카드결제 미허용 구조는 주유소의 자금 부담과 결제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유소 업계는 ‘가격 결정 구조 정상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국제가격 연동 중심의 공급가 체계가 도입원가와 괴리되며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그 부담이 주유소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도입원가 기반 가격 산정과 기준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속거래로 인한 조달 제한과 협상력 약화를 이유로 자율구매 확대 등 거래 구조 개선과 사후정산제 보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현금 선결제와 카드 수수료 부담이 병존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카드결제 허용 등 금융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는 국민 경제와 밀접한 사안인 만큼 여당이 추진하는 유가 안정 목적의 구조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제시된 의제에 대한 해석은 의견이 분분하다.
가령 글로벌 정유시장 구조를 보면 석유제품 가격이 국제가격에 연동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장 결과다. 석유제품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범용재이기 때문에 국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더라도 유통 과정을 거치며 결국 국제가격 수준으로 맞춰지는 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원유 도입 원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자는 요구는 실제 시장 가격 형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유업은 시점에 따라 원가와 판매가격 간 격차가 크게 달라지는 산업으로 특정 국면만을 기준으로 수익 구조를 평가할 경우 왜곡된 해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국내 공급이 수출 대비 정유업계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갖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격 규제 논의는 자칫 소득 없이 정유업계 부담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전속거래 관행을 둘러싼 논의 역시 단순한 ‘갑을 구조’로 규정하기보다는 산업 특성과 계약 구조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속거래는 과거 규제 이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왔으며 공급 안정성이나 품질 관리, 거래 조건 등 정유업계와 개별 주유소 간 사적 계약 측면에서 복합적인 요소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속거래를 일률적으로 불공정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만 사업자 의사에 반한 강제는 위법 소지가 있으며 합의로 체결하더라도 원칙적으로 1년 단위 계약을 적용하고 시설 투자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장기계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는 “카드결제 도입 요구는 정유업 특유의 저마진 구조와 대규모 거래 단위 특성을 고려할 때 카드 수수료로 인한 정유업계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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