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봉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가 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혜경 여사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과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대한민국에서 국가 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그런 일이 생기면 나치 전범을 처벌하는 것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공소시효·소멸시효 완전 폐지…자손까지 책임 묻겠다”
이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국가 폭력을 엄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 민사상 소멸시효를 완전히 폐지해 살아있는 한 끝까지 형사책임을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과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전 정권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던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의 재입법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시효 폐지 법률은 이미 윤석열 정권에서 우리가 국회를 통과시켰는데 거부권으로 무산된 바 있다”고 지적하며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재입법을 통해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다시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역설하며 통치 철학을 분명히 했다.
◇4·3 왜곡 대응·진압 공로 ‘서훈 취소’ 추진
제주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 정부는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4·3 사건 진압 공로로 수여된 서훈에 대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희생자와 유족에 상처를 안긴 4·3 사건 진압 공로 서훈의 취소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유족 신고 및 가족관계 정정 기간 연장, 4·3 기록물 아카이브 건립, 유족회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4·3 사건, 현대사 가장 큰 비극…제주도민의 극복 과정은 시대의 이정표”
이 대통령은 4·3 사건을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으로 규정하며 “잔인한 국가 폭력에 희생된 제주도민을 생각하면 대통령으로서 매우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제주 4·3은 현대사의 비극이었지만, 제주도민이 보여주신 해결 과정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쉽지 않은 과정을 견디며 역사의 굴곡을 헤쳐오신 유족 여러분과 제주 도민 여러분이 존경스럽다”며 경의를 표했다.
진상규명과 세계기록유산 등재 등의 성과에 대해서는 “국가 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희생자와 명예 회복을 끌어낸 여러분의 노력이 마침내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이루기 위한 위대한 실천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취임 후 첫 4·3 추념식은 외교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내년에는 공식 추념식에서 뵙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70여년 만에 유가족으로 인정받은 고계순(78) 씨 등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이 참석해 아픈 사연을 공유했으며, 김창범 유족회장은 4·3 왜곡 처벌법 도입과 수형인 희생자에 대한 특별 재심 청구 등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