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페르시아 제국, 길 잃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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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춘추] 페르시아 제국, 길 잃은 트럼프

경기일보 2026-03-29 19:08: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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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 2.0’의 완결판이라 불리는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2월 말부터 시작된 이란 핵 시설 타격과 3월 중순 차바하르항 인근 군사기지에 쏟아진 미사일 비는 노련한 ‘딜 메이커’를 자처하던 트럼프가 결국 대화가 아닌 물리적 파괴라는 극단적 선택지를 꺼내 들었음을 보여준다.

 

금방 끝날 것이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지금의 전황은 트럼프의 장부 속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정밀 타격에 맞서 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전술적 ‘급소’를 찔렀고 미군에 협조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유전지대에는 드론과 미사일의 불꽃이 튀고 있다. 세계 경제의 혈맥이 요동치고 유가는 통제 불능 상태로 치솟고 있다.

 

트럼프라는 장사꾼 출신의 대통령이 2천500년 역사의 ‘페르시아 제국’이라는 거대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방향감각을 상실한 모양새다. 트럼프의 치명적인 오판은 이란이라는 국가가 지닌 ‘문명적 자부심’과 ‘역사적 복원력’을 간과한 데서 기인한다. 페르시아는 단순한 영토 국가가 아니다. 키루스 대왕이 초석을 놓은 이 제국은 관용과 통치 체계를 바탕으로 동서양을 잇던 문명이었고 알렉산더와 몽골의 침공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복자를 ‘이란화’시키며 언어와 문화를 지켜낸 장기적 생명력을 가진 문명이다. 4년 단위의 선거 주기에 매몰된 단기적 압박과 물리적 타격으로 수천년을 견뎌온 이들의 ‘순교자 서사’를 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지정학적 문맹에 가깝다.

 

최근의 상황은 더욱 고차원적인 변수를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가 ‘동맹의 비용’을 계산하며 전통적 우방과 엇박자를 내는 사이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유라시아 삼각축’의 핵심 고리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공격은 오히려 이란을 유라시아 경제권의 피해자이자 결집의 상징으로 격상시켰다.

 

길을 잃은 트럼프에게 하나의 질문이 던져진다. “지금 실재하는 위협과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강한 미국’이라는 환상과 싸우고 있는가.”

 

중동의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가 아닌 긴 호흡의 통찰이 절실하다. 비즈니스는 숫자로 결판나지만 역사는 만질 수 없으나 존재하는 역사성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편이지 파괴하는 자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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