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육청 청사. (사진=임효인 기자)
대전교육청의 '고무줄 징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동료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은 교사가 결과적으로 가장 약한 견책 처분을 받은 것인데, 징계위원회가 처분 시점을 판결 이후로 미룬 과정서 1심 무죄 판단만 보고 사안을 종료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는 판단을 내리면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이후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대전교육청·제보자 등에 따르면 대전의 한 교사가 2022년 동료 교사 2명에게 투자 명목으로 총 1억 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아 이듬해 사기 혐의로 고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전교육청 감사관은 2024년 3월 검찰로부터 해당 교사에 대한 혐의와 재판 회부 사실을 통지받았다.
절차에 따라 감사관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자체 종결·처분·징계 의뢰 중 징계 의뢰를 결정하고 담당 부서인 중등교육과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이 경우 징계는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60일 이내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2024년 5월 열린 첫 번째 징계위원회서 징계위원들은 징계를 보류했다. 1심 판결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를 결정키로 하면서다. 공무원의 징계는 형사사건 재판과 상관없이 처분할 수 있지만 사안에 따라 보류하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해 11월 법원의 1심 판단은 무죄였다. 다만 그 이유로 검찰의 증거 제시 부족을 들었다. 실제 재판에서 판사는 검사 측에게 "항소심에서 잘 다퉈 보라"고 했으며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대전교육청 징계위원회는 이러한 과정서 1심 판결에 따라 가장 처분 수위가 약한 견책 처분을 내렸다. 2심 판결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사안을 마무리한 것이다. 검찰 측의 증거가 보완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2026년 3월 벌금형을 선고했다. 해당 교사가 약속대로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고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판시했으며 죄질이 좋지 않고 선고일 당일까지도 피해금 변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
결과적으로 사기 유죄 판결을 받은 교사가 가장 약한 수위의 견책을 받은 가운데 1심 판결과 2심 판결이 다른 경우를 대비해 징계위원회가 보다 신중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전교육청은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공무원 징계 양정기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검사의 항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1심 판결만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린 점에서 '고무줄 징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앞서 징계의결을 요구한 감사관은 징계 결과가 약하다고 판단될 땐 이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별도 의견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의 비위나 범죄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감사관의 평소 원칙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차원 감사관은 26일 언론 브리핑 당시 "형사벌은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처분을 하는데,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징계도 한다"며 "징계는 행정 질서를 신속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해서 상급심 판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징계를 하는 경우엔 그 사람이 여러 시상이나 공무원 혜택을 다 받아 부적절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교육청은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한 별다른 조치 계획이 없다.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해당 교사에 대한 추가 징계는 불가하며 추가 피해자에 대한 조사계획 등도 없는 상태다. 대전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 장학관은 "공무원 대상 비위 종류가 다양한데 감사관실 의결 요구와 정해진 절차대로 하고 있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땐 판결을 보고 하기도 하는데, 이번 사안에 대한 의견들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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