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경계선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 원유는 바다에서 막히고, 달러는 변동성 리스크가 치솟고 있다. 정책금융이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석유공사는 긴급 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원유 조달 불확실성과 함께 채권금리, 달러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에너지·금융 복합위기’가 현실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회의 핵심은 기관의 지원 ‘속도’와 ‘범위’였다. 세 기관은 오는 30일부터 실무 협의를 시작해 석유공사에 대한 금융 지원을 실행 가능한 실무 수준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지원 구조는 다섯 축으로 구성된다. 원유 확보를 위한 유동성 공급, 해외 채권 상환을 위한 외화 자금 지원, 원유 도입을 위한 수입금융 확대, 환율 변동을 흡수하는 파생상품 기반 환헤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한도대출이다. 자금·환율·유동성을 동시에 묶는 신용 위험을 최대한 '관리'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환헤지 지원은 이번 대응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전쟁 국면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원유 수입 기업은 이중 비용 구조에 직면한다. 원유 가격 상승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환헤지가 없는 경우 기업의 원가 구조는 급격히 악화된다. 단순히 수입 단가가 올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흔들리면서 재무 안정성 자체가 약해진다.
정유사와 발전사를 넘어 석유화학·해운·항공으로 비용 압박이 확산되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이는 곧 상업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상환 위험으로 전이되고, 신용평가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업과 금융이 동시에 흔들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그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책금융이 환리스크를 흡수하면 기업은 가격 변동성보다 실물 조달에 집중할 수 있다. 동시에 조달금리 인하 효과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할 수 있다.
세 기관의 긴급 대응은 전쟁 상황에서 ‘에너지 확보 → 외화 조달 → 기업 비용 → 물가’로 이어지는 충격 경로를 중간에서 끊는 정부의 금융 시장 개입이다. 정책금융이 시장의 마지막 완충 장치로 들어온 셈이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에너지는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과 같다”며 “석유공사가 에너지 안보의 파수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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