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 조정 못하고 시술가격 결정권 없어…회사와 종속적 관계"
두 지점 간 디자이너 일상적 교류 등…"하나의 사업장 맞다"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미용업계에서 두 지점을 별개의 회사인 것처럼 만드는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로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을 4대보험에 가입시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헤어디자이너 A씨가 H헤어샵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4년 10월 H헤어샵과 근로계약을 맺고 인턴으로 근무했다가 작년 11월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4대보험에 가입해달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당했다며 이 사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H헤어샵 측은 A씨가 프리랜서여서 헤어샵이 업무수행 지휘·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헤어디자이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충남지노위는 "A씨는 H헤어샵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헤어디자이너가 근무시간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점, 대부분의 시술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가격 결정권이 없는 점 등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거로 봤다.
H헤어샵에서 지각할 경우 5천원, 에어컨 틀고 갈 경우 1만원 등 벌금 제도를 운영했고, 고객 불만 처리 지침 등 일종의 복무규율을 제시한 점도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가 됐다.
또한, 충남지노위는 H헤어샵 측이 해고를 구두로만 통보한 건 근로기준법상 해고 사유 등의 서면통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H헤어샵 측은 지점을 두 곳으로 나눠 운영했는데 각 지점이 5인 미만이기 때문에 이 사건은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충남지노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충남지노위는 "이 사건 사업장들은 하나의 사업장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두 지점의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을 더하면 상시 5명 이상 사업장이라고 봤다.
두 지점은 헤어디자이너와 인턴이 일상적으로 교류했고 교육과 회식, 시상식 등도 함께 운영됐다. 채용 공고에서도 동일한 원장의 연락처가 기재됐었다.
A씨를 대리한 샛별노무사사무소의 하은성 노무사는 "이번 판정은 업종 특성을 고려해 독립 사업자성이 있는지를 중점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가 나서기 어려운 구조와 늘어나는 위장 사업장 수를 고려할 때, 고의적인 노동자 오분류 및 5인 미만 사업장 위장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에도 사업소득세(3.3%)를 내는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로 위장 계약해 퇴직금·연차 등 노동법상 기본 권리를 박탈하는 '가짜 3.3' 근절을 위해 사업장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o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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