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국제 유가 급등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장기화로 국내 IT·제약 업계가 동시에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통신 3사와 핀테크 기업들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절전 모드에 돌입했고,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 재고를 늘리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차량 운행 제한, 냉방·조명 최적화, 재택근무 확대 등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도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기조에 맞춰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오피스 전반에 걸친 전력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룹 차원의 차량 5부제를 시행하는 동시에 시설 전력 절감 조치를 강화하고, AI 데이터센터(DC)와 네트워크망의 전력 효율 개선 작업을 병행한다. 고성능·고효율 클라우드 플랫폼 ‘페타서스 AI 클라우드’를 통해 컴퓨팅 자원 활용도를 높이고, 상용 환경에서 ‘차세대 가상화 기지국’을 검증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 데이터 처리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KT는 통신 서비스 전반의 전력 사용을 낮추기 위해 통신실 냉방 온도 최적화 솔루션, 에너지 절감 오케스트레이터, 서버 전력 최적화 기술 등을 개발·적용 중이다.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전국 건물의 설비와 에너지 사용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공조·조명 운영을 최적화해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영역에 저전력·고효율 장비 도입을 확대하고, 대전 R&D센터에 1천kW급 자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해 재생에너지 활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네트워크 부문 내 온실가스 감축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설비 효율화와 운영 최적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절감 기조는 핀테크 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토스는 오피스 진입 차량을 대상으로 10부제를 시행하고 임직원 참여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공조·조명 설비를 자동 제어하는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업무 외 시간 전력 낭비를 최소화하고, 회의실 재실 센서를 활용한 조명 자동 소등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절수형 수전 도입 등 오피스 인프라 개선을 통해 수자원 절약에도 나서며, 기술 기반 에너지 절감 방안을 지속 발굴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직접적인 유가 급등 대응 조치는 내놓지 않았지만, 전력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고 오피스 에너지 효율화,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 개선, 친환경·고효율 서버 도입 등을 통해 중장기 에너지 소비 저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도 국제 유가 변동 상황을 주시하며 추가적인 에너지 절약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통신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에너지 효율화와 ESG 기반 경영 전략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원유 가격 급등과 함께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제약업계는 공급망 안정과 비용 절감을 위한 ‘이중 대응’에 나섰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원료 수급 차질과 물류비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공급처를 다변화(멀티 벤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유한양행은 의약품 포장 자재를 2~3개월치 확보했으며, 동아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선발주 등을 통해 원료 확보에 나섰다.
기초수액제 공급사인 JW중외제약, HK이노엔, 대한약품공업은 나프타 수급 불안에 따른 수액백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국도 의약품 포장 용기 공급 상황을 별도로 점검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제약사는 원료의약품 가격 상승과 품절 가능성을 감안해 실적 달성을 위해 관행적으로 해오던 병원·약국 대상 저가 ‘강매’나 ‘밀어 넣기’식 영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리는 등 영업 관행까지 손질하고 있다.
근무 방식과 에너지 절감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에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10부제 등 에너지 절감을 자율 실천할 것을 권고했다. 야외 조경 및 옥상 등 비업무 공간 조명의 50% 소등, 휴일 주차타워 축소 운영, 저층부 근무자의 엘리베이터 탑승 자제 등 임직원의 자발적 절전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차량 10부제 캠페인 자율 시행을 권고했다.
중동 지역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근무 형태와 영업·출장 전략도 조정 중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중동 법인 직원 전원을 재택근무로 전환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6개국에 의약품을 판매하는 대웅제약 역시 상황에 따라 근무 방식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 자회사 프로텍트 테라퓨틱스의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인 부광약품은 전쟁이 청산 작업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이메일을 통한 비대면 소통으로 청산을 진행 중이지만, 향후 현지 출장 등이 필요한 단계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청산에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쟁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절차에 맞춰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등에 보톡스를 수출하는 메디톡스는 영업 담당자들의 현지 출장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파트너사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휴젤도 장기적인 전개를 예단하기 어렵다며 현지 대리점·파트너사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기준 25.6%에 그쳐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재고 확대와 공급처 다변화, 출장 최소화, 현지 영업활동 축소 등 선제적 조치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동 상황과 유가 흐름에 따라 대응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