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중대한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하면서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형성돼 온 권한 집중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성과 중심 장기 연임 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금융지주는 이제 책임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순한 내부 개선을 넘어 제도 개편이 병행되면서 지배구조 운영 방식 전반의 재편이 예상된다.
◇성과 중심 체제의 정점…‘최대 실적’과 함께 드러난 구조적 한계
2010년대 이후 금융지주는 전문경영인의 성과 기반 장기 재임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왔다. 경영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대형 인수합병(M&A),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글로벌 진출 전략이 일관되게 추진됐고 이는 실적 성장으로 직결됐다.
이 흐름은 2020년대 정점을 찍었다. 특히 2025년에는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이 약 18조원 수준에 이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약 5조8000억원, 신한금융은 약 5조원, 하나금융은 4조원대, 우리금융은 3조원대 초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적 성장 이면에는 구조적 허점도 함께 드러났다.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내부통제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성과 중심 경영으로 리스크 관리와 소비자 보호보다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며, 한국 금융산업의 차기 과제로 ‘책임’과 ‘권한 분산’이 떠올랐다.
◇정부 지배구조 개편 착수…CEO 견제 기능·이사회 역할 강화
이같은 흐름 속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처럼 금융회사 자율에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제도적 틀을 통해 견제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중심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 회장 선임 및 연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 등이 핵심 과제로 논의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 개선안은 4월쯤 결론이 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입법 과제들이 반영된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은 오는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024년 7월 시행된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다. 각 업무 영역별 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내부통제 실패 시 경영진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금융지주 CEO는 사실상 조직 전반의 리스크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됐으며, 이는 당국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권한 집중에서 책임·견제로…지배구조 전환의 ‘마지막 퍼즐’
한국 금융지주 지배구조는 관치금융 시기 정부 중심 구조에서 출발해,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 체제 도입을 거치며 내부로 권력이 이동했다. 2010년대에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성과 체제로 정착했다. 2020년대에는 장기 연임 CEO 체제가 고도화되며 실적 측면에서는 정점을 찍었지만, 동시에 내부통제와 권한 집중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한국 금융지주 발전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화두다. 금융지주는 이제 단순한 수익 경쟁 단계를 넘어, 책임과 통제 역량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변화가 불가피하다. ‘제왕적 회장’으로 상징되던 권한 집중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사회와 내부통제 체계를 축으로 한 책임·견제 중심 지배구조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변화는 한국 금융산업 지배구조가 한 단계 진화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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