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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은 그 길을 오가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소원으로 쌓아 올린 탑이다. 그렇게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이 뒤집어질 때, 그 속에 담긴 건 뭘까.
영화 '살목지'는 로드뷰에 찍힌 정체불명의 이미지로 시작된다. 물속에서 고개를 내민 듯한 모습의 이미지는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해당 사진을 게재한 로드뷰 서비스 회사 '온로드미디어'에는 비상이 걸린다. 오늘 안으로 논란될 일이 없는 로드뷰를 올려야 한다. 담당 PD 한수인(김혜윤)은 살목지에 다녀온 후 연락 두절인 우교식 팀장(김준한)을 대신해 그곳으로 향한다. 그와 함께 S&S 미디어 대표 송경태(김영성), 촬영팀이자 경태의 동생 송경준(오동민), 온로드미디어의 막내 PD이자 MZ커플 장성빈(윤재찬)과 문세정(장다아)와 함께다. 그리고 촬영 장비 문제로 뒤늦게 살목지에 온로드미디어 PD이자, 수인(김혜윤)의 전 남자친구 기태(이종원)가 합류한다.
영화 '살목지'는 충청남도 예산군에 있는 실제 저수지다. 과거 '심야괴담회'에서 다뤄졌을 정도로 공포 괴담과 관련된 장소로 유명하다. 당시 방송에서는 낚시하던 사람의 이상행동이나,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다 저수지 바로 앞까지 도달하게 된 실화에 기반을 둔 괴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영화는 살목지의 새로운 로드뷰를 찍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하룻밤 사이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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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의 중심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자리한다. 일명 '물귀신'으로 불리는 수살귀(물에서 죽은 귀신)는 '다른 사람을 유인해서 대신 죽게 만들어야 해방된다'라는 한국의 속설이 있다. 이는 살목지의 중심축에 자리한다. 검은 물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들어가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살목지는 한국 정서에 익숙한 소원을 비는 돌탑, 액을 막기 위한 칼, 넋을 달래기 위한 밥 한 그릇 등 '지켜주기 위한' 상징을 뒤집는다. 마치 물 위에 비친 형상이 자신의 모습인지, 나를 보는 다른 존재인지 끝내 확신할 수 없듯 말이다. 그 전복의 감각이 '살목지'에서 공포가 된다.
'홀린다'라는 말이 현실로 펼쳐질 때,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는 불확실성은 발을 떼려 할 때는 이미 늦어버린 '살목지' 속으로 관객까지 깊이 들어서게 한다. 그리고 돌탑과 그 위에 쌀이 소복하게 담긴 밥그릇, 그리고 꽂힌 칼, 그리고 넋 걸이(물이나 산에서 죽은 사람의 혼(넋)을 달래기 위해 특정 물건을 걸어두는 행위) 등은 '살목지'의 상징성을 더한다.
'살목지'의 첫 시작부터 끝까지 점프 스케어가 자리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다. 처음 유명한 낚시 스팟이기도 한 살목지로 낚시하러 온 MZ 커플은 '살목지'의 장르를 명확하게 정의하며, 그 속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의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헤어진 연인(김혜윤, 이종원)이거나, 형제(김영성, 오동민)이거나, 연인(윤재찬, 장다아) 사이다. 이런 관계성은 스토리에 감정을 배가 시킨다.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명분은 그 사람의 선택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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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감독은 학창 시절부터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호러 단편들을 꾸준히 선보인 호러 마니아다. 그렇기에 공포의 감각을 누구보다 훅 밀어붙인다. 360도로 기록되는 로드뷰 시점은 어디 하나 안전한 방향을 허락하지 않는다. 화면 어디에든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가 관객의 시선을 끝없이 흔든다. 나뭇가지의 미세한 흔들림, 화면 끝자락의 그림자 하나에도 긴장이 쌓인다. 여기에 핸드헬드 촬영이 더해지며, 공간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결국 ‘살목지’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공간 자체가 주인공이다. 공간은 끊임없이 몰아치고, 그 속에 있는 배우들은 끊임없이 반응하게 된다. 특히, 귀신을 믿지 않는 해군 출신 경준 역의 오동민과 촬영 현장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경태 역의 김영성은 '살목지'를 믿지 않았던 관객들까지 등을 떠밀며 그곳으로 향하게 한다.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윤재찬, 장다아 역시 각자의 몫을 해내며 마지막까지 질문을 던진다.
이상민 감독은 '사람들이 왜 금기시되는 장소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주목했다. 그 질문은 살목지라는 공간으로 구체화됐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까지 더해지며, 긴장감을 배가 시켰다. 익숙해서 안심했던 것들이 가장 먼저 '살목지'로 끌어당긴다. 상영시간 95분. 오는 4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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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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