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순례 가족 등 참가자 4.4㎞ 행진…"진실 밝혀질 때까지 걸을 것"
(진도=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마침 주현이가 오늘 생일이에요. 12년이 지나도 보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죠."
28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기억의 숲'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19일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며 밝은 분위기 속에 순례를 준비했다.
팽목 기억 순례에는 유가족 6명을 비롯해 4·16연대와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故) 안주현 군의 어머니 김정해(55)씨도 그 가운데 있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노란 깃발을 높이 들어 출발을 알렸다.
팽목항까지 이어지는 약 4.4km 구간은 짧지 않은 거리지만 참가자들은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맞췄다.
"요즘 어떻게 지냈냐"는 안부와 각지에서 열린 추모 행사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웃음과 농담도 이어졌다.
눈물로 가득했던 순례길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두세 달마다 팽목항을 찾는 김씨는 "이번 봄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며 "순례하는 오늘이 주현이 생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컨테이너로 조촐하게 운영되던 기억관이 새롭게 이전·건립된다는 소식도 있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2년이라는 시간이 실감 나지 않는다"며 "보고 싶은 마음은 그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옮겨간 팽목항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노란 현수막과 낡고 바랜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며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전국 각지 시민단체들이 남긴 "잊지 않겠습니다", "진상규명" 등 문구는 그대로였다.
팽목항을 찾은 한 추모객은 "여기 라면과 과자가 한가득 놓여있었는데…"라고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순례 참가자들은 참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마음을 담아 비어 있는 팽목항 난간에 직접 현수막을 달고 매듭을 묶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무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 엄마는 오늘도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걸 주현이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i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