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협상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을 반영했다.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5.46% 오른 배럴당 99.6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역시 4.22% 상승한 배럴당 112.5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WTI는 장중 한때 100달러를 돌파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급등은 세계 원유·가스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급 불안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을 위해 이란에 10일간 협상 시한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란혁명수비대가 해협 통제를 강화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해협 개방 주장에 대해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실제로 통항을 시도한 선박들을 되돌려 보냈다고 밝혔다. 통항이 거부된 선박에는 코스코 소속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이 포함됐으며, 이는 전쟁 이후 대형 선사의 첫 해협 통과 시도였다.
시장에서는 이란이 우방국인 중국 선박까지 선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해협 봉쇄가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공급 차단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유가 상승이 제한됐던 이유로 ‘완충 효과’를 꼽는다. 전쟁 초기에는 기존 재고와 비축유, 해상 물량 등이 공급 공백을 메우며 가격 상승을 억제했지만, 이 같은 완충 장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파울라 로드리게스 마시우 분석가는 “시장에는 더 이상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거의 없다”며 “이미 하루 1780만 배럴 규모의 에너지 흐름이 차단됐고, 누적 손실은 약 5억 배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가 단기간 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에너지 시장 불안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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