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숙 더봄] 100년 전 구름요정이 본 현대인의 불면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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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숙 더봄] 100년 전 구름요정이 본 현대인의 불면놀이

여성경제신문 2026-03-28 13:00:00 신고

Gemini의 도움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Gemini의 도움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 제미나이 나노바나나

어느 날, 기후 변화로 구름요정들이 카페 창까지 내려왔다. 그들은 100년 전 죽은 사람들의 혼령이다. 이승의 삶에 미련이 있어 천상보다 허공에 머물기를 소원했다. 그 기도로 구름요정이 되었다. 

“어머나 저게 집이야 궁전이야?”
“사람들이 모여 사약 같은 것을 마시고 있네. 그런데 사약 그릇들이 왜 저렇게 예뻐?”
“어, 일도 안 하고 뭐하는 걸까?”
“아니 몇 시간씩 앉아서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많이 하는 걸까?”

# 카페 안 사람들

“두 시가 넘었네. 나 이 시간에 커피 못 마셔.”
“어젯밤 한 시에 깨어서 날밤 샜어.”
“낮엔 흐릿했던 눈이 잠 안 오는 밤엔 왜 그리 말똥말똥해지는지.”
“소량 수면제 좋다 해도 난 안 맞아.”
“수면 클리닉에서는 억지로 자지 말고 일어나 뭐라도 하라고 하지만 모든 게 손에 안 잡혀.”
“낮에라도 자면 그나마 견딜 텐데.”
“아, 잠 못 자는 이 고통! 답이 없다, 없어!”

구름요정들 – “쯧쯧, 얼마나 한가로우면 잠이 안 오남? 우리가 살았을 땐 일 때문에 언제나 잠이 부족했는데.”

대낮부터 떠도는 불면의 말들을 귀가 닳도록 듣던 밤의 요정들은 위기를 느꼈다. 요정들은 불면 환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뒤척이며 나대는 바람에 자신들의 시간을 잃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그런 불면 환자들 모습을 보며 한편 안쓰럽기도 하여 요정들은 그들을 위해 불면 상담 유튜브를 만들었다. 조회 숫자가 순식간에 치솟았다. 

구름 요정들 - “어머나, 유튜브는 또 뭐야? 우린 처음 듣는 말이잖아? 밤의 요정들은 그래도 사람들과 뭔가 통하나 보다.”

사실 밤이라고 해서 꼭 자야만 한다는 생각이 문제예요. 이 시대 스타일은 낮밤이 바뀌어도 되잖아요? 젊은이들은 물론 중년들까지도 자발적으로 밤을 활용하잖아요? 사람들의 오랜 관습, 정말 바뀌지 않아 답답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불면 환자들에게 이런 놀이를 제안합니다.
두 사람을 예로 들어 상담할 테니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듣고 응용하세요. 

남자, 그대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제가 많군요. 열 평도 안 되는 오피스텔 곳곳에 쌓여 있는 책들은 보는 사람들조차 질식할 것 같아요. 압사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 기적 같습니다. 문제는 그 책을 잠이 안 올 때 읽어야 하는데 쌓아놓기만 하고 읽지 않는 것은 대체 무슨 취미입니까? 책이 장식품입니까?

불면 나라로 오세요. 4㎞ 거리이니 적당량의 책을 짊어지거나 캐리어로 끌고 걸으면 40분 정도 걸릴 겁니다. 그곳은 드넓은 광장이에요. 한 권씩 펼쳐놓고 번호를 매기세요. 그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낭독하세요. 또 다른 환자들도 초대하여 함께 읽어 보세요. 그대들은 어느 순간 잠들 것입니다.

구름요정들 - “어머머, 어머머! 참 부럽다. 우리가 살았을 때는 누워서 버둥거리며 근사한 소설책 한 권 보는 게 꿈이었는데.”

다음은 여자, 그대 고민을 먼저 얘기해 보세요.

네, 전 옷 좋아하는 것을 넘어 콜렉터 수준이에요. 뜻을 같이하는 4인방도 있어요. 뭐 어때요? 부자들은 고가 미술품, 도자기, 보석 등을 엄청 수집하잖아요? 우리 4인방은 옷을 예술품으로 보지요. 패션 디자이너들은 매우 창의적이에요. 옷은 사람 몸을 빌려 걸어 다니는 예술작품! 

구름요정들 _ “와, 맞다 맞아! 옷도 예술이야. 우린 내 마음에 드는 옷 한 벌 입고 뽐내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입고 싶어도 몸이 없어 못 입잖아.”

아하 그래요? 불면 환자 중 패션쇼에 관심 있는 분들은 참가하세요. 4인방이 모아놓은 옷들을 입고 4킬로미터 거리의 불면 나라로 행진할 것입니다. 그곳은 드넓은 광장이에요. 모델 특유의 하이힐 걸음걸이로 걷다 보면 아마 0.5㎏ 정도의 체중이 줄 것입니다. 

그곳에서 책과 옷들을 물물 교환하는 겁니다. 먹고 살려면 물물교환이 필수입니다. 책과 옷을 예로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냉장고에 묵혀 있는 음식·천장까지 쌓인 CD·선물로 받은 갖가지 술 등 저마다 취미로 시작해서 켜켜이 쌓인 물건들을 불면 나라로 옮겨와 물물 교환하는 것입니다. 물물교환 덕에 밤에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불면 환자들은 시나브로 밤의 시간도 잊어버립니다. 새벽이 올 즈음 졸음이 쏟아져 그들은 암막 커튼을 칩니다.

구름요정들 - “오마나! 저들이 풍요롭게 산다고 부러웠는데······. 우리 때는 노동에 묻혀 살아서 다시 태어나면 일 안 하는 저 카페 안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는데, 저 카페 이면에 불면의 고통이 있었다니! 쯧쯧.” 

밤의 요정들 안내로 불면 나라에서 생활한 불면 환자들은 반복된 놀이로 몇십 년이 흐르자 밤과 낮의 경계에서 벗어났다.

여성경제신문 윤신숙 수필가·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원
sabina45@hanmail.net


☞미니픽션=아주 짧은 분량 속에 완결된 서사를 담아낸 초소형 소설을 말한다. '한 뼘 소설', '손바닥 소설(掌篇小說)', '플래시 픽션(Flash Fiction)' 등으로도 불리며 주로 설명은 생략하고 상징이나 묘사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끝맺는다. 짧은 틀 안에 소설적 재미와 철학을 압축해 놓은 '문학의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다. 


윤신숙 작가·수필가·배우 

2004년 한국미니픽션작가회 창립 멤버로 참여해 다수의 미니픽션집을 발간했으며, 2007년 <한국산문> 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극단 <날좀보소> 의 창단 단원으로서 매년 꾸준히 무대 공연을 이어오는 열정적인 배우이기도 하다. 양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종로복지회관 크리에이터반에서 연기와 대본 집필 활동을 병행하며 예술적 삶을 실천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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