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완연한 봄이 찾아온 날씨입니다. 올해는 꽃의 개화 시기가 작년과 비교해 부쩍 빨라졌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성큼 다가온 계절의 속도만큼이나,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빠르게 바뀌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 그리고 그 관계를 투영해 내는 예술의 힘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며 일상의 환기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감각의 지평을 넓혀줄 엄선된 문화예술 소식들을 전해드립니다.
영화 폭탄
영화계에 재일교포들의 등장이라
요즘 영화계에서 재일교포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세운 영화 <국보> 에 이어 오늘 소개해드리는 영화 <폭탄> 역시 재일교포 3세인 오승호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요. 오승호 작가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꼽히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소설 <폭탄> 으로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르며 명실상부 가장 주목받는 추리 소설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폭탄> 폭탄> 국보>
영화는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연쇄 폭탄 테러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평범한 취객으로 경찰에 붙잡힌 수수께끼의 남자 ‘스즈키’가 자신이 폭탄 테러를 예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그의 예언대로 실제로 폭발 사건이 이어지자, 경시청 수사 1과의 베테랑 형사 ‘루이케’는 스즈키와 목숨을 건 심리전을 펼치게 됩니다.
범접할 수 없는 천재가 절대 풀지 못할 것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묘한 희열을 느끼곤 하죠. 영화에서도 범인이 던지는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도심 어딘가에서 또 다른 폭탄이 터진다는 설정은 상영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요. 광기 어린 테러범 ‘스즈키’ 역의 사토 지로와 그에 맞서는 형사 ‘루이케’ 역의 야마다 유키가 선보이는 팽팽한 연기 시너지는 관객들을 단숨에 극의 중심부로 끌어당깁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상 12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읍니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스릴러에 그치지 않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 속에 인간 본연의 악의와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투영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죠.
치밀한 두뇌 싸움과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할 영화 <폭탄> 은 현재 전국 CGV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폭탄>
전시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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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본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소환될 이름, 바로 일본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관념적인 세계관을 특유의 평이하고 세련된 문체로 그려내며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하루키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는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후원하는 아트센터 플랫폼엘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기획전인데요. 하루키의 모교인 일본 와세다대학교 국제문학관과 하루키 문학의 시각적 동반자라 불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안자이 미즈마루의 오피스와 협력한 전시입니다. 전시는 단순히 작가를 찬양하거나 기존의 업적을 나열하는 방식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하루키로 하여금 영감을 얻은 한국 현대미술 작가 5인의 변주된 작품들까지 총망라하며 문학적 텍스트가 시각 예술로 확장되는 다각적인 사유의 경험을 선사했는데요. 하루키를>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하루키의 재즈 카페 ‘피터 캣(Peter Cat)’의 소장 LP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죠. 플랫폼엘 관계자는 “기존의 어렵고 문턱이 높은 전시에서 벗어나 하루키가 사랑한 ‘고양이’의 시선으로 전시 전체를 구성했다”며 “전시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루키의 세계관에 젖어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실제로 전시장은 서문부터 마지막 퇴장로에 이르기까지 관람객의 동선과 감각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특히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공간은 하루키의 열혈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좋아할 감각적이고 특별한 공간이니 그 경험을 꼭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하루키 팬의, 하루키 팬에 의한, 하루키 팬을 위한 전시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전관에서 오는 8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루키를>
공연 오펀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하나의 우주가 온다는 것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가 ‘관계’라고들 하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에도 역설적으로 그 관계 때문에 가장 아파하고 힘들어하곤 합니다. 정현종 시인은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하나의 우주가 온다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거대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 사회 속에서는 이 ‘우주’를 마주하는 일이 버거워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거나 타인과의 연결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끝내 누군가와 연결돼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 역시 분명 ‘관계의 힘’에 있을 것입니다. 관계를 통해 서로의 결핍을 채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응원을 건네는 연극 <오펀스> 가 따뜻한 봄날과 함께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오펀스>
극은 필라델피아 북부의 낡은 집에서 좀도둑질로 생계를 잇는 형 ‘트릿’과 갇혀 지내는 동생 ‘필립’ 형제에게 중년 사내 ‘해롤드’가 나타나며 시작됩니다. 미국 작가 라일 케슬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오펀스> 는 고아였던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진정한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인간 본연의 고독과 구원을 정교하게 그려낸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오펀스>
이번 공연은 한 역할에 각각 다른 성별을 배치하는 ‘젠더 프리(Gender-free)’ 캐스팅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 확장된 시선을 선사합니다. 미디어와 무대를 넘나들며 관객들에게 익숙함의 편안함을 선사할 문근영, 이석준 등의 베테랑 배우들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학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시유, 최석진 등 실력파 배우들이 모여 연기 시너지를 만들어냈는데요. 캐릭터 간에 맴도는 팽팽한 긴장감과 그 이면에 흐르는 뜨거운 애정은 16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채우죠.
고립된 영혼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성장해 나가는 연극 <오펀스> 는 오는 5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TOM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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