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이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겉으로는 투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성장보다 재무건전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시장이 이번 결정을 성장 신호보다 방어 신호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720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대비 41.3%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는 3만3300원으로 할인율은 20%가 적용됐다. 총 조달 예정 금액은 약 2조3976억원으로, 시장에서는 통상 2조4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신주배정기준일은 5월 14일, 구주주 청약은 6월 22~23일 이틀간 진행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 10일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아직 자금이 유입된 단계가 아니라, 대규모 자금 조달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증자의 무게중심은 분명하다. 조달 예정 자금 가운데 약 1조5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투입된다. 미래 투자에 배정된 자금은 약 9000억원 수준이다. 회사는 태양광 등 신성장 투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자금 배분을 보면 재무구조 안정이 앞선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솔루션의 이번 결정 배경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12조6000억원, 부채비율은 196%까지 올라간 상태다. 신용등급은 AA-지만 전망은 ‘부정적’이다. 여기에 앞으로 2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만 1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구간에서 신용등급이 한 단계라도 떨어지면 차환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자산 매각과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으로 약 2조3000억원의 자구 노력을 이어왔지만, 결국 보통주 발행이라는 가장 무거운 수단까지 꺼내 들었다는 점이 시장에는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이번 유상증자는 단순한 투자 재원 조달로 보기 어렵다. 시간이 필요한 회사가 시간을 확보하는 선택에 가깝다. 이자 부담을 줄이고 만기 구조를 버티면서 재무제표를 다시 세워야 이후 경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증자를 통해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을 150% 미만으로 낮추고, 순차입금도 9조원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부채비율 100%, 순차입금 7조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재무를 방어하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다시 올라가거나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도 단순하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이 다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다.
회사는 이번에 확보하는 투자 자금 약 9000억원을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탠덤 셀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대면적 텐덤셀은 28.6% 수준의 발전 효율을 확보했다. 올해까지 GW급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2029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장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2030년 매출 33조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이다. 다만 이 수치는 결국 기술 상용화와 업황 회복이 전제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숫자는 계획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 길어지면서 모듈 가격 반등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수요가 정책적으로 버텨주고는 있지만, 가격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적 회복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화솔루션의 이번 증자가 2020년식 ‘성장 투자’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2008년식 ‘재무 부담 확대’의 기억을 다시 불러올지는 업황 회복과 기술 상용화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증자를 두고 "2020년의 성장 기대감보다는 2008년의 재무적 경계감이 더 짙게 투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 급락 역시 신성장 동력보다 단기 희석과 재무 방어 성격에 대한 부담이 시장에 먼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의 이번 결정은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던진다. 먼저 버티고, 그 다음에 성장하겠다는 선택이다. 다만 시장은 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자금을 조달했느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느냐다. 이번 유상증자의 의미도 결국 그 지점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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