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컬탐방] 단 한 점의 유물로 느끼는 백제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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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컬탐방] 단 한 점의 유물로 느끼는 백제의 美

뉴스컬처 2026-03-27 21:14: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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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대향로관 입구. 사진=뉴스컬처
백제대향로관 입구. 사진=뉴스컬처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국립부여박물관에 들어선 ‘백제대향로관’은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단 한 점만을 위해 설계된 전용 전시관이다. 지난해 12월 개관 이후 이 공간은 하나의 유물이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구성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는 발견 자체가 극적이었다. 백제 멸망 직전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긴 듯한 흔적과 함께 진흙층 속에 묻혀 있었고, 금 도금과 자연 환경 덕분에 1500년 세월을 견뎌냈다. 높이 62.3cm, 무게 11.85kg의 이 향로는 용이 연꽃 줄기를 물고 몸체를 떠받치고 산악을 형상화한 뚜껑과 봉황이 이어지는 구조를 이룬다. 하부의 수중 세계에서 인간계와 천상으로 이어지는 삼층적 우주관이 입체적으로 구현된 조형이다.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향로 표면에는 신선, 악사, 동물 등 80여 개 개체가 새겨져 있다. 다섯 명의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이상향의 풍경을 압축한 상징이다. 향로 상단에는 다섯 명의 악사가 선명하게 묘사돼 있다. 다섯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는 가야금이나 거문고처럼 길게 뉘어 놓고 연주하는 현악기, 완함(월금), 배소, 퉁소, 북이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악사들은 향로 상단에 빙 둘러앉아 마치 맨 꼭대기의 봉황새와 기러기를 위해 연주하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뚜껑의 산악 사이로 향연이 피어오르도록 설계된 구조는 기능과 상징이 결합된 정교한 기술의 결과다. 왕실 제의, 특히 성왕의 명복을 기리는 의례에 사용됐을 가능성 역시 유력하게 제기된다.

대향로를 위한 세계관은 건축적 조형미로 확장된다. 1층은 수중 세계를 모티프로 한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시작해 에스컬레이터 동선을 따라 상승하는 구조를 취한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어둠 속에서 향로 한 점만이 부각된다. 낮은 조도와 집중 조명, 반사판을 활용한 연출은 관람객의 시선을 단일 대상에 고정시킨다.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뉴스컬처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공간의 핵심은 감각의 확장이다. 향로에 표현된 다섯 연주자의 악기를 바탕으로 구성된 음악이 흐르고 고대 향을 재현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시각을 넘어 청각과 후각, 촉각까지 확장되어 더 이상 ‘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무는 환경’으로 재구성된다. 이는 백제 미학을 상징하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의 가치를 감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다.

이러한 전시는 최근 박물관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들이 상징적 유물을 중심으로 몰입형 경험을 설계하며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반가사유상과 신라 금관, 그리고 백제금동대향로는 각각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 사진=뉴스컬처

하지만 단일 유물에 집중한 구조는 강렬한 몰입을 만들어내는 대신 유물이 놓여 있던 역사적 맥락과 비교 서사를 상대적으로 축소시키는 단점도 있다. 백제금동대향로가 지닌 동아시아적 맥락이나 동시대 문화와의 관계는 감각적 경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게 드러난다. 또한 향과 음악, 미디어를 결합한 오감형 전시는 인상은 강하게 남기지만 유물에 대한 해석을 단순화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단 한 점의 유물을 위해 건축과 예산이 집중된 점 역시 문화 정책적 관점에서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상징성과 집중도 측면에서 성과를 보이지만 공공전시 자원의 배분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논의를 요구한다. 연출 중심의 동선과 어두운 감상 환경 역시 몰입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람의 자율성과 피로도라는 과제를 남긴다.

백제금동대향로관에 전시된 '백제금동대향로'=국립부여박물관
백제금동대향로관 내부 전경. 사진=국립부여박물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제대향로관은 분명 하나의 전환점이다. 학술적 해석과 감각적 연출,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이 공간은 전시를 ‘이해’에서 ‘경험’으로 확장한다. 교과서 속 이미지로 익숙했던 유물은 독립적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밀도로 다가온다. 과연 한 점의 유물이 한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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