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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지난해 국내 이혼 건수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며 약 3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상 이혼 감소는 혼인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과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을 하는 인구가 줄어들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수’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출산과 비혼 확산, 만혼 심화 등으로 혼인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혼 규모도 함께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번 통계에서는 혼인 건수가 증가했음에도 이혼 건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상반된 흐름이 확인됐다.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이후 미뤄졌던 결혼 수요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혼인이 늘어난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과 생활비 부담 등 현실적인 요인이 부부 관계 유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고령층 중심의 ‘황혼 이혼’ 증가, 초혼 연령 상승에 따른 결혼 안정성 변화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의 ‘혼인 감소는 즉 이혼 감소’ 공식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9일 공개한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표는 뚜렷한 증가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건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고 증가 규모는 1만8000건 수준으로 집계됐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도 함께 상승했다. 지난해 조혼인율은 4.7건으로 전년보다 0.4건 증가했다.
혼인 건수는 2015년 30만2800건에서 2021년 19만2500건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후 2022년 19만1700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뒤 2023년 19만3700건으로 소폭 반등했다. 이어 2024년에는 22만2400건, 지난해에는 24만300건으로 늘어나며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8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3000건, 비율로는 3.3% 감소한 수치로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은 1.7건으로 전년보다 0.1건 낮아졌다. 배우자가 있는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인 유배우 이혼율도 3.5건으로 0.1건 줄었다. 전체적으로 이혼 관련 지표가 나란히 하락한 셈이다.
이혼 당사자의 연령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평균 이혼연령은 남성 51세, 여성 47.7세로 각각 전년보다 0.6세씩 상승했다. 남녀 간 평균 이혼연령 격차는 3.3세로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연령대별 이혼율을 보면 남성은 40대 후반이 7건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 초반 6.8건, 50대 초반 6.4건 순이었다. 여성은 40대 초반이 7.7건으로 가장 높았으며, 40대 후반 7.3건, 30대 후반 7.1건이 뒤를 이었다.
이혼 건수 자체로는 고령층 비중이 두드러졌다. 남성은 60세 이상이 2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이 각각 1만4000건 수준이었다. 여성 역시 60세 이상이 1만5000건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초반과 40대 후반이 각각 1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혼인 지속기간별로는 결혼생활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이 전체의 1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9년이 17.3%, 4년 이하가 16.3%였다.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7.6년으로 전년보다 0.3년 늘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3만7000건으로 1년 전보다 2000건(4%) 줄었다. 자녀가 없는 부부의 이혼도 1000건(2.7%) 감소했다. 이혼 방식별로는 협의이혼이 6만8000건, 재판이혼이 2만 건으로 각각 3.9%, 1.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이혼 감소세에 대해 혼인 자체가 줄어든 데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배우자 선택이 더 신중해지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성숙한 상태에서 혼인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진 점이 이혼 감소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유) 린 이병화 변호사는 본보에 “이혼숙려제도 정착과 상담·조정 절차 강화로 실제 이혼 결정을 철회하는 사례가 늘었고 재산분할과 양육비 부담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데다 고물가·고주거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이혼 이후의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해 이혼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통죄 폐지 이후 오픈채팅과 각종 앱을 통한 만남이 늘면서 부정행위 자체는 더 빈번해지고 디지털 기록을 통한 증거 확보 역시 쉬워졌다”면서도 “과거에는 외도에 따른 갈등 폭발이 이혼의 직접적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재산과 생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이혼 분쟁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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