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삼성중공업 최성안 대표이사 부회장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시장의 독주 체제를 이어간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뽑아내 액화한 뒤 현장에서 LNG 운반선에 옮겨 싣는 복합 해양 설비다. 1기당 단가가 3~4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은 FLNG 강자로 꼽힌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 신규 발주된 FLNG 10기 중 6기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중동 대신 안전한 에너지 공급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뚝심 있게 FLNG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 최 부회장의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FLNG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공장 전환과 FLNG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FLNG 시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초격차 기술’로 후발주자를 따돌리고, 표준 모델을 정립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중공업은 애물단지 사업이었던 FLNG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돌려놨다. 2010년대 중반 국내 조선사들은 유가 급락과 해양플랜트 악성 재고로 인해 조 단위의 적자를 봤다. 경쟁사들이 해양플랜트 비중을 대폭 줄이며 발을 빼는 동안 삼성중공업은 오히려 FLNG 기술력을 닦는 데 집중했다. 자신들이 강점을 지닌 해양플랜트에 역량을 쏟아붓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FLNG는 1기를 건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만큼 발주처 입장에서도 건조 경험이 있는 조선사를 선호한다. 삼성중공업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꾸준히 건조 실적을 쌓아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독식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장기적 전망을 바탕으로 내린 전략적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선장은 최성안 부회장이다.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해 33년간 에너지 및 플랜트 사업의 전문성을 쌓았다. 201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적자 늪에서 허덕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을 반전시켰다. 멕시코와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해외 주요 현장에서 모듈화와 설계 자동화 등으로 생산 효율성을 높인 결과라는 평가다.
최 부회장은 에너지·플랜트 사업의 전문성을 삼성중공업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2022년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고수익 선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해양 프로젝트 생산 물량을 확대했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85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2023년 233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이후 2024년 5027억원, 2025년 86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FLNG의 표준화도 최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한 ‘심해용 부유식 LNG 생산설비 표준모델(MLF-O)’이 대표적이다. 화물창과 선체 등 하부구조를 규격화해 납기를 단축하고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일 주주총회에서 “(FLNG 분야는) 삼성중공업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구조적 혁신으로 글로벌 표준화 모델을 개발하는 한편, 올해를 독자 개발한 LNG 화물창 적용의 원년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FLNG 신규 수주 건에 본격적으로 FLNG 표준화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주받은 건은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설계를 달리 제작했지만, 신규 수주 건들은 표준화 모델로 계약하도록 제시할 예정”이라며 “선창과 하부구조를 표준화하고 파이어타워 등은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건조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42% 상향한 139억달러(약 20조9400억원)로 제시했다. 상선 57억달러(약 8조5000억원), 해양 82억달러(약 12조3500억원)로 해양 부문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FLNG 수주는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7대 메이저 정유회사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에니가 최근 베네수엘라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각각 새로운 FLNG 투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에니로부터 FLNG를 두 차례 수주해 2021년 1기를 인도했고, 남은 1기인 코랄 노르트를 거제 도크에서 건조 중이다.
미국 델핀 미드스트림이 주도하는 FLNG 프로젝트도 수주가 유력하다. 삼성중공업은 델핀 미드스트림과 FLNG 건조에 대한 수주의향서(LOA)를 체결한 상태다. LS증권이 지난 11일 발간한 ‘K-조선, 멈추지 않는 사이클’ 보고서는 ‘삼성중공업이 FLNG 시장에서 독점적 입지를 지속하고 있다’며 ‘델핀 1·2호기, 캐나다 웨스턴, 아르헨티나 골라 등 대규모 FLNG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의 독주 체제를 이어나가기 위해 기술 초격차 확보와 원가 절감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최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자동화와 기술 고도화, FLNG 경쟁력 강화를 앞세운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자동화·기술 고도화의 핵심은 인공지능(AX)·디지털(DX)·로보틱스(DX) 전환을 뜻하는 ‘3X’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배관 자동화 공장인 ‘SHI 파이프 로보팹’이 3X 기술 융합의 대표 성과다. 선박의 혈관과 같은 배관을 설계 도면에 따라 용접해 하나의 단위로 조립하는 ‘스풀’ 제작 공정을 자동화했다. 배관 설계부터 자동 물류, 고정밀 가공 및 계측, 정렬, 용접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비전 AI 기술과 결합해 자동화 생산 체계로 구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향후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NG운반선이나 FLNG 발주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3X 전환을 통해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가속하며 제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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