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암표 없는 세상, 가능할까? 문체부와 서울경찰청 TF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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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암표 없는 세상, 가능할까? 문체부와 서울경찰청 TF까지

마리끌레르 2026-03-27 18:06:00 신고

3줄요약

문체부부터 서울경찰청 TF까지 나섰습니다. ‘플미’ 없는 세상에서, 그냥 쉽게 쉽게 입장하고 싶습니다.

K-팝 팬들의 스마트폰에 필수적으로 깔려있는 어플들이 있죠. 바로 티켓 예매 어플입니다. 예스24 티켓, 멜론 티켓, NOL 티켓, 티켓링크가 대표적이죠. 팬클럽 선예매 인증에 필요한 위버스 같은 플랫폼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꼽아야 한다면, 최근에는 역시 티켓베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티켓베이는 티켓팅에 실패했거나, 더 좋은 자리를 원하는 팬들이 드나드는 합법 티켓 리셀 플랫폼이에요. 정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의 티켓을 판매한지만 책임주체가 명확한 만큼 보상과 환불 제도를 보장하기에 선호됩니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티켓 1매의 판매 등록 가능 금액이 좌석 등급에 관계없이 100만원 이하여야 하는 제한이 생기기도 했죠. 역시나 자리 경쟁이 치열한 야구 팬들도 널리 쓰고 있는 플랫폼입니다.

4월 9~12일 고양종합운동경기장에서 열리는 BTS의 새로운 월드 투어, <ARIRANG> 공연을 앞두고 암표 단속에 대한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입니다. 2022년 3월 서울에서 개최된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이후 4년만의 BTS 투어이니 그럴만 하죠. 컴백일에 맞춰 3월 21일에서 진행된 광화문 컴백 스테이지 또한 무료 공연의 의의를 거스르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암표 판매 단속이 현장에서도 엄격하게 진행된 바 있습니다.

암표를 둘러 싸고 현재 정치사회권에서 일어난 가장 큰 움직임은 암표 근절 법안 시행입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이 콘텐츠 불법유통 및 공연·스포츠 산업 암표 문제를 우리 문화산업의 난치병으로 규정, 국회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이후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어요. 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암표근절법(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 3월 5일에는 민관 합동 암표 방지 협의체가 출범했습니다. 8월 28일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의 자정 능력을 도모하고, 암표에 관한 인식개선 활동을 진행하기로 한 것에 BTS 공연이라는 굵직한 사안이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암표, 혹은 플미(프리미엄) 티켓 거래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당연히 공급 대비 수요가 높기 때문입니다. 3만 명 넘게 수용 가능한 고척돔과 스타디움급인 종합운동장 등을 제외하면 보통 한국의 공연장들은 8천석~2만 석 내외. 국내 팬들 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티켓팅에 참여하는 만큼 실제 관객 수 예측이 어려운 요즘 충분하지 않은 좌석 수입니다. 게다가 충실한 팬들은 하루만 공연을 보지 않죠. 콘서트가 사흘이라면 사흘을 다 가고 싶어하는 ‘올콘’ 기조가 있어요. 팬덤 층이 단단한 인기 아티스트의 경우 안그래도 치열한 티켓팅이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매크로와 각종 IT 기술을 활용한 ‘업자’들이 무작정 좌석을 선점하니 수요와 공급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 밖에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코로나 시기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발달했고 또 널리 확산됐다. 현재 공연 전체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매가 50%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크로 구입이 쉬워지다 보니 개인이 암표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고 현황을 짚은 바 있습니다. 뿐인가요. K-팝 콘서트의 경우 자리, 구역도 중요합니다. 시야제한석이나 2,3층 보다는 당연히 아티스트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정중앙 자리나 플로어 수요가 높아요. 공연제작사나 기획사 또한 이런 수요를 알기에 구역에 따라 티켓 가격에 차등을 매기고는 하죠. 업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좋은 자리, 판매가 빨리 될 것 같은 자리를 먼저 선점해 갑니다. 때로는 티켓이 매진되지 않았음에도 플미 거래가 발생하는 이유죠. 실수요가 반영됐다면 매진 되지 않았을 공연 또한 무조건 자리를 잡고 보는 업자들 때문에 ‘매진’ 기사가 나고, 정작 당일에 공연을 가보면 빈 자리가 제법 보이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8월 시행될 암표근절법은 뭐가 다르냐고요? 이번 법안의 핵심은 암표 행위를 ‘부정판매’와 ‘부정구매’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조직적인 매크로 사용 여부가 중요했다면 새 법안은 이와 관계없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티켓 거래를 유도하는 행위, 판매자 동의 없는 상습적 고가 재판매 또한 처벌 받아요.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근거도 규정에 반영됩니다. 부정판매 행위자에 대해선 판매금액의 50배 이하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익 뿐 아니라 아예 몰수와 추징 개념을 적용했죠. 아직 법안 시행 전임에도 움직임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민생 물가 교란 범죄 척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서울경찰찰이 수사 중인 9건 중 석유사업법 관련 1건, 정부 정책 자금 관련 사기 2건을 제외한 6건은  BTS 컴백 공연 암표 거래 관련 수사로 알려졌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K 팝 콘서트 티켓을 대량 확보한 뒤 정가의 최대 25배 가격에 되판 암표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어요.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3월 11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일당 1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총책급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2022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회원 1300 여 명 규모의 암표 거래 단체방에서 매크로 프로그램과 시세, 예매 방법, 경찰 단속 상황 등을 조직적으로 공유한 뒤 콘서트 티켓을 대량 확보해 되팔아 약 7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미 확인된 공연만 190여개, 판매한 티켓은 3만300여장에 이르며  총책급 피의자들은 대부분 IT 업계 근무 경험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들의 수법은 잘 알려진 대로입니다. 예매 시작 전 티켓 예매 사이트의 정책을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좌석 선택을 완료해 두고, 예매가 열리면  즉시 결제 단계로 넘어가는 매크로를 사용한 것이죠. 취소 티켓을 자동 재구매하는 방식으로 티켓을 확보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민관 합동 협의체 또한 BTS의 광화문·고양 공연과 관련한 주요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집중 모니터링한 결과를 지난 11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법안 개정을 둘러싼 팬덤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조직적인 업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개인적인 관계에서의 양도나,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개인 대리티켓팅 의뢰 등 기존 사용해 왔던 방법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죠. 입장 조건이 한층 강화되며 팬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예매자와 실 관람객을 확인하는 신분증 확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데이식스 콘서트에서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는 학생증(청소년증)을 가지고 온 한 팬이 신분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경찰까지 현장에 대동했음에도 입장에 실패해 공분이 일어난 적이 있었죠. 일개 공연 업체가 자체적인 판단 하에 예민한 정보가 포함된 신분증 등 과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암표 근절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 엔터테인먼가 콘서트에서 적발된 암표 판매자를 팬클럽에서 영구 제명하고, 예매 플랫폼 이용을 1년간 제한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2024년 결국 폐지한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팬이 친구가 대신 입금한 사실을 설명했으나 이 또한 대리 티켓팅에 속한다는 이유로 입장 거절은 물론 환불도 받지 못하고 팬클럽에 영구제명까지 된 사건이죠. 이담 측은 대응이 과도했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기껏 예매에 성공한 티켓이 ‘업자’로 의심 받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매 플랫폼 자체 판단으로 예매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불합리한 의심을 샀을 때 모든 소명 절차를 거둬야 하는 것은 오로지 팬들의 몫입니다. 절차의 복잡함도 오로지 팬들이 감수하죠. 최근 팬들은 ‘일반 예매’보다 하루 이틀 앞서 진행되는 ‘팬클럽 선예매 티켓팅’ 권리를 얻기 위해 그 외에는 실물 혜택은 없는 멤버십에 3만원~4만원의 금액을 내고 가입합니다. 그나마도 소속사에서 정한 기간 안에 티켓팅 사이트에서 팬클럽 인증을 마치지 않으면 사용 불가능한데다가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하고요.  지드래곤은 암표 거래 방지와 팬 의견 반영을 위해 올해 2월 개최된 팬콘서트와 지난해 월드 투어에서 멤버십 서베이 제출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공식 팬 커뮤니티에서 멤버십 서베이를 제출하고 예매처 내 멤버십 사전 인증을 모두 완료해야만 예매가 가능하게하는 제도로 특정일자 이후 멤버십에 가입한 회원은 서베이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죠. 쿠팡플레이에서 판매됐던 콘서트 티켓은 멤버십 인증 뿐 아니라 동일 성명의 쿠팡 와우 계정 인증도 필요했어요. 팬들은 팬인 동시에 자기 ‘현생’을 사는 평범한 한 명의 시민이기도 합니다. 오직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모든 절차에 기꺼이 응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 게 당연한 일은 아니에요.

공연 플랫폼이 블랙리스트 작성, 매크로 차단, 실명 인증 등 제도 마련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소속사도 대안을 고민하기는 합니다. 하이브에서 도입했던 얼굴패스 제도죠. 토스, 인터파크(현 NOL 티켓)와 협업해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얼굴을 등록하면 입장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물 신분증 없이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지만 대형 플랫폼 차원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잦고, 대부분이 여성인 K-팝 팬덤에게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추첨제 형식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널리 사용하는 추첨제는 공연 주최 측에서 좌석을 랜덤으로 추첨해 팬에게 배당하는 제도죠. 개인적으로 예매 대기와 끊임없는 화면 고침 등 1차적인 티켓팅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선호하던 제도였고 실제로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보이넥스트도어 등의 콘서트에 도입됐던 바도 있는데요. 좋은 자리를 자력으로 티켓팅할 기회를 애초에 차단 당하는 것을 꺼려하는 국내 팬덤 정서에 맞지않아 2026년 현재에는 시행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부 팬들의 요구는 국가 별로 티켓팅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팬클럽 멤버십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팬클럽과 일본 팬클럽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글로벌 팬클럽과 한국을 구분해 달라는 것이죠. 하지만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데다가 동일 아티스트의 해외 투어의 경우 한국 팬클럽 자체가 불이익이 될 수도, 괜히 팬클럽 가입만 2~3군데 하며 금전적 부담만 커질 가능성도 있어 실효성은 낮아 보입니다. 

최근 지난 3월 콘서트를 개최한 이영지가 유튜브 예능 ‘부승관의 비비디바비디부’에 출연해 암표 거래에 대한 분노를 털어 놓았습니다. “내가 티켓비용 1만원을 낮추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암표상은 사회악이다. 심지어 터무니없는 금액이면 안 팔리니까 2만원, 3만원 야금야금 더 붙여서 판다”라는 이영지의 말에 부승관은 ‘콘서트 입장 현장을 보면 암표를 파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을 검거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암표 판매는 아티스트와 공연 주최사가 공을 들여 제작한 컨텐츠에 아무런 일조도 하지 않은 이들이 일방적으로 수익을 가져가는 행위입니다. 공연 관람이 간절한 ‘찐 팬’보다,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플미 티켓을 선뜻 살 수 있는 이들이 티켓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계급적이기도 하죠. 애초에 콘서트 일반석 기준 16만원 남짓한 공연 금액이 저렴하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그러나 팬들의 자정 또한 필요합니다.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한 보이그룹의 공연이 있던 날, 다른 일로 근처의 숙소에서 묵었다가 공연을 보고 온 팬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적이 있어요. “공연 재밌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2, 30 더 주고 더 좋은 자리에서 볼 걸 그랬다”라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플미 구입’에 관한 팬들의 인식이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SNS상에서 대리티켓팅 문의 글을 보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도 아니죠. 이번에 개정되는 법에서 ‘구매자’ 또한 처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사실 저도 당당하지만은 않습니다. 매일 같이 ‘취소표’가 나올까 예매창 대기를 타고 구역별 클릭을 하는 일에 지친 나머지 티켓베이로 티켓을 구입한 적이 있거든요. 합법 플랫폼이고 제가 더 낸 가격은 2만원 정도였지만 플미와 리셀 시장에 일조하는 플랫폼이라는 점, 실제로 올림픽공원역 4번 출구에서 만났을 때 제게 여성 명의로 된 티켓을 건네준 남성이 소위 ‘업자’ 그 자체로 보였다는 점에서 별로 떳떳한 경험은 아닙니다. 당시 처음으로 예매 사이트가 아닌 다른 경로로 티켓을 구입하는 법을 알아보며 놀랐던 건 업자들의 경우 판매되지 않은 티켓을 원가에 파느니 ‘날리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합의된 리셀 단가를 낮추는 것보다 차라리 50만원, 80만원 고액 판매에 성공한 다른 티켓에서 수익을 충당하는 게 그들에게 낫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티켓이 날아가면 결국 그 손해는 콘서트에 가지 못한 팬, 빈 자리를 봐야 하는 아티스트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지는데 말이에요.

팬들에게 또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과도한 고가의 티켓은 보이콧 하자는 것입니다. 공연일이 다가올수록 대부분 티켓 가격은 떨어지고, 취소표 또한 일부 나오기 마련인데 과도한 금액에 일찍 티켓을 구입해 업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암표 근절을 위한 ‘팀플’을 해치는 행위일 수 있어요. 실제로 제 지인은 최근 9인 계약을 종료한 제로베이스원의 앵콜 콘서트 티켓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막콘 첫날 원가로 티켓을 양도받은 적 있습니다. 티켓팅 직후에는 리셀 플랫폼에서 70만원~90만원을 웃돌던 티켓들이 공연 3~4일을 앞두고는 2~30만원 대로 떨어지는 경우를 본 적도 있어요. 팬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실제보다 과장된 가격이 책정되는 경우가 이뿐만은 아니겠죠. 공연을 관람하는 경험도 물론 소중하지만, 암표 티켓 구입은 올바른 문화를 정립하는 데 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것. 그리고 업자들의 티켓을 소비하는 것은 결국 이 티켓팅 악순환이 지속되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4월, BTS 의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또 어떤 움직임과 대책이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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