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2 아기맹수'보다 깊고 넓은 셰프 김시현의 세계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흑백2 아기맹수'보다 깊고 넓은 셰프 김시현의 세계

엘르 2026-03-27 15:27:13 신고

"'아기맹수'요, 앙!"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셰프들이 관록을 자랑하는 사이, 앳된 얼굴의 여성 셰프 한 명이 눈에 띈다. '아기맹수'의 등장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첫 방송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었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시선을 뺏긴 동시에, 의심의 여지없이 '프레시맨'으로 보이는 그의 실력을 미심쩍은 마음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셰프 김시현이 손에 갖은 나물을 쥐고 '박주산채(薄酒山菜, 자신이 차린 술과 안주 등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한 상을 차려 내기 전까지 말이다. 프로그램 종영 후 세 달이 지난 지금까지 '아기맹수'를 향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화제의 인물만 섭외한다는 MBC 〈나 혼자 산다〉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침착맨', '인생84' 등 대형 유튜브 채널에도 등장했다. 그런 그를 보는 대중은 아직 '김시현 셰프'보다 '아기맹수'라는 닉네임을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김시현 셰프와 나눈 대화에선 으레 '화제의 인물'에게 느껴지는 매력 대신 셰프로서의 정체성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젊은 여성 한식 셰프'라는 복잡하면서도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박주산채'의 태도로 꾸려 온 김시현 셰프. 그가 첫 매체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셔츠 드레스는 Loewe, 헤드 피스는 젠틀몬스터 x 디즈니 x F1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Gentlemonster.

셔츠 드레스는 Loewe, 헤드 피스는 젠틀몬스터 x 디즈니 x F1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Gentlemonster.

단독 매거진 화보와 인터뷰는 처음인데, 어제 잠은 잘 잤나요

아뇨(웃음). 너무 떨리는 거예요! 어젯밤부터 굶었어요. 살면서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이라 긴장도 많이 돼요.


요즘 "아기맹수 앙!" 한 번 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네. 〈흑백요리사〉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나온 제스처였는데, 부탁을 받으면 제 의지를 담아서 해야 하는 거라 어색해요. 자아를 갈아 끼워야 한달까요(웃음)? 사실 애교는 없는데, 주변에서 감사하게 많이 따라 해 주시더라고요.


갑작스럽게 찾아 온 인기의 힘이 셰프에게는 어떻게 작용할까요

파인다이닝 업계에서 젊은 셰프가 한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래서 왠지 모를 책임감이 들기도 하고요. 이렇게 인지도가 생긴 후로 제게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한식 파인다이닝이라는 트렌드에 약간은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좋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화제의 인물 답게 본업 외 활동도 많아졌는데요.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도 요리와 관련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제가 가수라면, 우선 저라는 사람을 알아야 제 노래를 더 듣고 싶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오래 남아 있어야 제 음식을 더 드시고 싶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양한 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 단, 요리사로서요.


재킷과 랩 스타일의 스커트, 슈즈는 모두 Loewe.

재킷과 랩 스타일의 스커트, 슈즈는 모두 Loewe.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모두 Isabel Marant.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모두 Isabel Marant.

스웻 소재 톱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보트 슈즈는 Timberland, 타이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웻 소재 톱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보트 슈즈는 Timberland, 타이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유년 시절 미술을 공부하다가 요리로 진로를 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엄마가 메이크업 아티스트셨고, 동시에 거의 매달 다른 김치를 담글 만큼 요리도 잘 하셨어요. 어릴 때는 집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거나, 엄마 따라 요리하거나 둘 중 하나였죠. 엄마도 제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니 싶으셨나 봐요. 요리할 때가 행복한지, 그림 그릴 때가 행복한지 물어보신 적도 있거든요. 한 번은 미술 대회를 나갔다가 수상을 했고, 그걸 계기로 입시 미술을 시작했는데 금방 공허해졌어요. 그리고 싶던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스킬 훈련만 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요리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미술을 공부했던 경험도 음식의 색 조합이나 그릇을 보는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지만요.


어머니로부터 미술과 요리 모두 영향을 받았다고 봐도 좋겠네요. 어머니와 함께 만든 요리 중에서 김시현 셰프에게 가장 깊이 남아 있는 건 뭘까요

김치예요. 엄마와 "이번 달엔 이걸 먹어 볼까?", "이 재료 좋던데 김치로 담가 볼까?" 등의 대화를 하면서 어떤 계절에 어떤 재료를 먹는 것이 '당연한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일종의 조기 교육이죠(웃음). 나물을 좋아하는 것도, 할머니 두 분이 다 사시사철 반찬으로 반드시 나물을 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건 모두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김시현 셰프가 나물의 모양과 맛, 활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을 보면 늘 놀라워요.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저 다 같은 모양의 풀처럼 보일 테니까요

많이 먹어 보면서 공부를 해요. 시장에서 새로운 걸 발견했다 하면 일단 사서 삶아도 보고, 구워도 보고, 튀겨도 보는 거죠. 거기서 어울리는 조리법이나 재료들을 맞춰 나가고요. 처음 먹어보는 식재료의 첫인상도 중요한데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 비슷한 맛이나 식감의 음식이 떠오르면 그걸 응용합니다. 이를테면, 제 입맛에는 냉이를 숯에 구우면 오징어 다리 같은 느낌이 나요. 보통 오징어 다리에는 땅콩을 곁들이니까, 냉이도 땅콩과 함께 먹어 보는 식으로 해석을 합니다.

블랙 블레이저 재킷은 Loewe.

블랙 블레이저 재킷은 Loewe.


집에서도 공부를 하고, 틈이 나면 전국 각지의 요리 명인들에게 배우러 다닌다면서요

내륙 지방에선 보통 액젓을 담글 때 형태가 보존될 필요 없는, 소위 'B급' 생선을 써요. 해안 지역은 좋은 생선들이 많아서 그럴 필요가 없죠. 해산물 베이스의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통영에 간 적이 있는데요. 정말 이틀 치 짐만 싸 들고 내려간 거였어요. 이상희 선생님의 통영음식문화연구소에 "요리사인데 한 번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던 것도 그때였습니다. 옆에만 있어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바로 일주일 연박 잡고 통영에 있었죠. 최근에는 파주 가서 장독을 묻었어요(웃음).


본업에, 이 많은 공부를 다 하려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은데요. 바쁜 와중에 휴식은 어떻게 하나요

사실 별로 안 바빠요(웃음).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카공'하는 느낌으로 공부해요. 쉴 때는 고조리서나 책을 보기도 하는데, 김신지 작가의 〈제철행복〉을 일 년 내내 읽어요. 절기마다 어딜 가서 무엇을 하고 보아야 하는지 세세하게 나와 있거든요. 표현에 생동감이 있어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휴식 시간에도 요리 생각이 가득하네요. 그런데, 흔히 좋아하는 걸 본업으로 삼으면 그게 싫어진다고들 하잖아요. 좌절의 순간도 있었을까요

한 달 반 정도 입원을 해야 할 만큼 크게 화상을 입은 적이 있어요. 평생 요리를 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죠. 당초 대학 진학 대신 바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사이버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업장에서 요리를 할 수 없게 되면 마이크라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 외식경영학과에 등록한 거예요.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그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예요. 화상도 그랬지만, 한여름에 불 앞에서 일주일 내내 버티는 생활을 하다 보면 몸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죠. 그 예민도를 이겨 내기 위해 '남 일이다' 하는 수밖에 없어요. 거기서 모든 걸 놔 버리면 어차피 감당하는 건 제 몫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러다 보면 다 지나가더라고요. 대신 근무 자체가 제 도파민이 되기도 하는데요. 일과 중 해야 하는 서비스 제공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쾌감이 느껴져요. 예를 들어 열두 개의 테이블이 있는 업장을 떠올렸을 때 4번 테이블 고객은 알러지가 있고, 7번 테이블 고객은 화장실에 가셔서 음식을 조금 늦게 내야 하고, 1번 테이블에는 코스 순서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거든요. 한 번도 실수 안 하고 잘 마무리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맥주 한 잔 하기도 해요.


셔츠 드레스와 리본 포인트 슈즈는 Loewe, 헤드 피스는 젠틀몬스터 x 디즈니 x F1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Gentlemonster.

셔츠 드레스와 리본 포인트 슈즈는 Loewe, 헤드 피스는 젠틀몬스터 x 디즈니 x F1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Gentlemonster.

'한식 셰프'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왜' 한식인지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유 없는 막연한 사랑인 걸까요

왜 한식을 택했는지 이유를 많이 물어봐 주셔서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라고 말하곤 했는데,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 봤죠. 그런데 답은 바뀌지 않았어요. 창작 요리 대회를 나가더라도, 저는 무조건 한식으로만 개발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유가 없는 애정'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셰프 김시현' 앞에는 '젊은', '여성', '한식' 등 다양한 수식이 붙습니다. 지금은 '아기맹수'라는 애칭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향후 어떤 요리인으로 남고 싶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이름 앞에 수식어가 많이 붙었는데요. 수식이 필요 없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사실 요리사들도 트렌드나 내면적 갈등으로 많이 갈팡질팡 하게 돼요. 그러면서도 적응하고, 바뀌어 가죠. 저는 그 변화 속에서도 제 색깔이 분명하게 테두리를 그려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식의 범위가 매우 넓어졌는데, 한국인이 분명히 '이건 한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 안에 제 색깔을 두고 싶고요.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레스토랑에서 그 색깔이 구현되겠네요

한식 파인다이닝에서 반상이나 상차림 문화를 보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하이 엔드 서비스가 중요한 파인다이닝에선 모든 디시가 최선의 상태일 때 제공하는 게 맞기 때문에, 지금의 흐름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한식의 정서 상 '상차림'이 없어져선 안되고, 제 가게를 연다면 꼭 반영할 콘셉트로 정해 뒀어요. 〈흑백요리사〉 시즌2에 '박주산채'를 들고 나간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준비 중인 레스토랑은 제 첫 업장이다 보니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 보려 하고 있어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우선 제가 잘 컨트롤할 수 있는 규모로요.


〈흑백요리사〉 시즌2에 여러 선배 여성 셰프들이 등장했지만, 그 비율은 적었어요. 요리 업계에서도 여성의 자리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예전부터 여성보다 남성 요리사가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조희숙 교수님을 비롯해서 업계의 선배 여성 셰프 분들이 발 벗고 나서 주시고 있어요. 여성 후배들을 발굴하고 육성해 주시는 거죠. 그래서 저는 시기적으로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또 '여성 셰프'라는 호명 자체가 패널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마음도 있고요.


의외로 라면을 주 5일도 먹을 만큼 좋아한다면서요.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냉이 라면 말고, 비장의 레시피를 하나 알려 준다면

솔직히 말하면 '그냥' 끓여 먹는 라면의 맛을 아무도 이길 수 없어요. 제가 라면을 진짜 좋아하는 이유는 퇴근하고 씻고 대충 끓여도 맛있기 때문이거든요. 비법도 따로 없어요. 봉지 뒤의 레시피대로 끓이거나, 진짜 귀찮으면 찬물에 싹 다 때려 넣고 강불에 끓여요(웃음). 어떻게 보면 피로가 만들어 준 맛일 수도 있겠네요.

스웻 소재 톱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스웻 소재 톱과 스커트는 모두 Vivienne Westwood.


관련기사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