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년 만에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대폭 낮추고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환자들의 약값 부담 경감과 신약 접근성 확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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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026년 제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면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심의 및 의결했다.
그동안 국내 복제약 가격은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2년 캐나다 약가검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복제약 가격은 OECD 평균보다 2.17배 비싼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책정되는 복제약 산정률을 45%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약값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 국민의 약품비 부담을 14년 만에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인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게 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이번 약가 조정을 통해 연간 약품비가 약 7만 원가량 줄어들며 환자 본인 부담금은 연간 2만 1천 원 정도 경감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발성 골수종과 같은 중증 질환 환자 역시 산정 특례 5%를 적용받더라도 연간 약 1만 3천 원 이상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산업계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기존에 등록된 약제들은 등재 시점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향후 10년간 단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공급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현재 희귀질환 신약이 허가 후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까지는 평균 18개월이 소요되어 일본의 3개월, 프랑스의 15개월보다 긴 상황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는 신속 등재 절차를 도입한다.
복제약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과다 품목 난립도 억제한다. 현재는 20번째로 등록되는 복제약부터 가격을 15%씩 인하하는 계단식 인하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3번째 품목부터 인하를 적용해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인다. 이는 동일한 성분의 약이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면서 발생하는 비가격 영업 경쟁과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다.
사회적 수요가 높은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 체계도 강화된다. 24시간 진료 보상이 이뤄지는 필수특화 지원 사업에 알코올 분야가 새롭게 추가된다. 국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는 약 134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진료를 받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급성기 알코올 중독은 자해나 타해 위험이 커 상시 대응이 필요함에도 전국 전문 병원이 7개소에 그쳐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번 사업 확대를 통해 야간과 휴일에도 응급 대응이 가능한 치료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보상 체계도 현실화한다. 채산성이 낮아 생산을 중단할 우려가 있는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 보전 기준을 연간 청구액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하고 시설 투자 비용과 초과 근무 수당 등을 원가 산정에 새롭게 반영하기로 했다. 특히 항생제 주사제나 소아용 의약품처럼 생산 기반 유지가 어려운 필수 약제에 대해서는 직접 생산할 경우 10년 이상의 약가 우대 기간을 보장하여 공급 불안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제약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R&D 투자가 활발한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혁신형 제약기업뿐만 아니라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소 제약사를 준혁 신형 제약기업으로 새롭게 지정하여 약가 가산 혜택을 부여한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제약 및 바이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규 개정과 고시 개정은 즉시 착수하며 기 등재 의약품의 가격 조정은 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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