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의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가 축산업의 고질적인 난제를 해결할 혁신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지난 24일 해당 캠퍼스에 입주한 축산분야 스타트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에서 즉시 적용 가능한 기술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히 관 주도의 정책 설명을 넘어, 탄소중립과 질병 예방이라는 축산 산업의 생존 과제를 놓고 민관이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축산 기업 3곳은 현장의 생생한 기술 수요를 쏟아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단연 '기후 위기 대응'이었다. 기업 관계자들은 메탄 저감 사료의 실효성을 입증할 검증 체계와 인증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인 ESG 경영 흐름에 발맞춰 한국형 탄소 저감 모델을 선점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가축 질병 예방을 위한 신소재 개발과 항생제 오남용 문제를 해결할 '박테리오파지' 활용 기술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급성장 중인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사료 첨가제와 영양제의 효능 검증을 위해 국가 연구 인프라를 개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초기 자본과 시설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정밀한 시험·평가 장비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예산을 지원받는 것보다 '연구 환경의 공유'를 강력히 요청했다. 기능성 사료 소재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국립축산과학원의 시설 활용도를 높이고, 산업체 협력 연구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넓혀달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일회성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는 제안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립축산과학원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기술 수요를 즉각 검토해 공동연구와 시험 평가 협력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강민구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생명환경부장은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입주 기업들은 축산분야의 내일을 설계하는 동반자"라며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는 현재 전국 5개소에서 운영 중이며, 익산은 그중 1호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운영을 맡고 있다. 사료 개발부터 미생물 치료제까지 입주 기업들의 면면은 화려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규제 샌드박스 적용이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농진청이 이번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소리'를 들은 만큼, 향후 행보가 단순한 행정 지원에 그칠지 아니면 축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파괴적 혁신을 이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린바이오라는 거대 시장을 향한 한국 축산의 도전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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