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회적 가치’와 ‘사회연대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별개의 과제가 아닌, 동시에 추구해야 할 새로운 성장 전략의 축으로 보자는 제안이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가치와 성장 포럼’에 참석해 ‘정책가와 기업가의 설루션 찾기’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협력하면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성장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한국 사회가 저성장, 양극화, 지역소멸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연대와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과 공동체의 회복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연대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방향·설계는 정부, 실행·확장은 시장’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모든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현장 혁신과 확장은 기업과 시장의 역동성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기업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수 부족과 사회적 비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내총생산(GDP) 증가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양극화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새로운 모델의 핵심으로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 활동의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꼽았다. SK가 그동안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를 계량화해 경영에 반영해온 실험을 소개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만들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기업과 다양한 경제 주체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 개념이 소개됐다. SPC는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금액으로 환산해, 그에 비례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제도다. 사회성과를 ‘보이지 않는 공헌’이 아닌, ‘측정 가능한 성과’로 전환해 시장 메커니즘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SPC 프로젝트에는 468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약 5천364억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평가됐고, 이에 비례해 769억원의 현금 인센티브가 지급됐다. 사회문제 해결이 비용이 아닌 ‘성과와 보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이번 포럼을 “성장을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크게 만드는 분리적 사고 중심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가 성장의 조건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정리했다. 성장과 분배, 이윤과 공공성 사이의 선택을 강요하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 자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지 모색하는 논의였다는 의미다.
정부와 재계의 핵심 인사가 한 자리에 모여 사회연대경제, ESG, SPC 등을 축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공개적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과 기업 경영의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과 양극화, 지역소멸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한 ‘연대 기반 성장 모델’이 구체적인 제도와 시장 메커니즘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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