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승현(38)씨는 최근 종량제봉투를 사기 위해 마트와 편의점 세 곳을 돌았지만, 끝내 빈손으로 돌아갔다. 대신 물건을 산 뒤 장바구니처럼 쓸 수 있는 재사용 종량제봉투만 남아 있다는 말을 듣고, 물건을 구매한 뒤에야 봉투 한 장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없을 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보일 때마다 사둬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비닐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종량제봉투를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27일 자정부터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등 수급 안정 조치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구매 제한과 품절 사례가 잇따르며 소비자 불안이 번지는 분위기다.
종량제 봉투 수요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의 종량제 봉투 매출도 급등했다. CU의 이달 1~25일 일반 종량제봉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59.5% 늘었고 음식물 종량제봉투 매출은 45% 증가했다. GS25는 일반 종량제봉투 매출이 61.9%, 음식물 종량제봉투는 52.7% 뛰었다. 세븐일레븐도 일반 종량제봉투 매출이 59% 늘었다. 종량제봉투가 생활필수품인 만큼 수급 불안 우려가 곧바로 사재기성 수요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점포 현장에서는 발주 차질도 나타나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지난주 주문한 종량제봉투가 전날 입고됐어야 했는데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며 "주 1회 30만원 한도로 구매가 제한되고, 일반 50리터와 재사용 10리터는 아예 주문이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점주는 "1만장을 발주했는데 1000장만 공급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 물량마저 실제 들어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판매처 상황도 비슷하다. 종량제봉투 판매 사이트 종량제닷컴에서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30리터, 50리터 제품이 대부분 품절 상태다. 이 업체는 "품절 상품은 현재 구매가 불가능하고, 입고 일정도 본사에서 확답하기 어렵다"고 안내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재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현재 약 4개월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평시 재고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은 200일분, 광주는 3~4개월분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트와 편의점 곳곳에 '1인당 구매 제한' 안내문이 붙기 시작하자 소비자 불안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전쟁 장기화 여부가 변수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단기간에 봉합되지 않으면 나프타 수급 차질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종량제봉투가 들어오는 날짜를 미리 물어보고 예약 구매를 하겠다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장 분위기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품귀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공급 차질이 반복되면 가격이 오르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현재 비축 물량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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