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오늘(27일) 0시를 기해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로 국내 재고가 2주 분량까지 떨어지는 등 산업 전반의 '도미노 셧다운' 위기가 고조된 데 따른 긴급 처방이다.
수출 예정 물량 전량 내수 전환… "해외 반출 원천 차단"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늘부터 향후 5개월간 '나프타 수출 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국내 정제 나프타 중 그간 해외로 나갔던 약 11%의 수출 물량은 즉시 국내 수요처로 전환 공급된다. 이미 수출 계약이 체결된 물량도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산업부 장관의 개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내 수요가 없는 일부 중질 나프타 등은 심사를 거쳐 수출을 허용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석화 설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물량은 해외 반출을 차단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최근 LG화학 여수 NCC 2공장 가동 중단과 같은 최악의 가동률 저하 사태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정유 · 석화 '희비' 교차… 관세청은 '매점매석' 정조준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원료 확보가 시급한 석유화학업계는 "가동 중단이라는 파국은 피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정유업계는 "해외 고가 판매 기회가 막혔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정유사의 수출 제한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필요시 특정 업체에 나프타를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긴급 수급조정 명령' 카드까지 확보했다.
특히 관세청은 시장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 감시 수위를 대폭 높였다. 나프타를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 대상 품목으로 지정해, 보세구역 반입 후 30일 이내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세가격의 최대 2%를 가산세로 부과한다. 이는 수입 물량을 쌓아두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매점매석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한시적으로 '선상 수출 신고'를 중단해 통제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5개월 한시적 시행… "생필품 생산 차질 없도록 최우선 공급"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 안보 품목'으로 관리하며 정유사와 석화사에 매일 생산 · 도입 · 재고 현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반출 비율을 줄이는 등 사재기 정황이 포착될 경우 사업자 등록 취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는 자동차, 반도체는 물론 비닐, 종량제 봉투 등 생필품 생산의 출발점"이라며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에 나프타가 최우선 공급되도록 수급망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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