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 체제 아래 총체적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이슈 주도에도 번번이 실패해 사실상 ‘령(令)이 서지 않는’ 지도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장 대표가 ‘절윤’ 이슈에 너무 매몰돼 교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친윤 색채가 뚜렷한 인사를 재신임하는 등 ‘반 쇄신’ 행보를 보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장 대표는 26일 당 노선 변화를 위한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돼온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을 재임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변인을 포함해 지난 14일 자로 임기가 만료된 중앙당 대변인 2명과 미디어대변인 5명 등 총 7명을 일괄 재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장애인 비하, 원로 비하 발언 등으로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까지 받았던 인사를 다시 끌어안은 것이다. 박 대변인은 과거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발언한 바 있고 당 상임고문단을 향해 “메타인지를 키워라, 일천한 아집”이라고 비난하는 등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때문에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과 친친한계는 박 대변인을 당 노선 전환을 위한 상징적 인적 쇄신 대상으로 꾸준히 지목해 왔다.
같은 날인 26일에는 2024년 총선 출마 당시 여론조사 왜곡 혐의로 기소된 장예찬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부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만큼 야당 핵심 연구조직 간부가 선거법 위반 전력을 안고 퇴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럼에도 당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만 밝히며 조용히 봉합하는 데 그쳤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 중인 ‘광역의원 비례 청년 오디션’ 본선 심사위원단에 방송인 출신 이혁재 씨를 포함시키면서 청년·도덕성 기준을 둘러싼 파열음까지 더해졌다. 이 씨는 과거 룸살롱 종업원 폭행, 음주 상태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방송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당은 그를 ‘MBC 공채 개그맨 출신 유튜버’로 포장해 청년 정치인을 평가하는 자리의 심사위원으로 올렸다. “범죄·비리 전력자는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던 지도부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선에 청년층과 중도층뿐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이 기준이라면 누가 누구를 심사하느냐”는 자조가 나온다.
박민영·장예찬에 이어 이혁재까지, 장동혁 체제의 인사 선택은 하나같이 ‘쇄신’과는 거리가 먼 ‘윤 어게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과 약자를 대변하겠다던 정당이 막말·선거법 위반·폭행 논란 인사들을 잇달아 비호 내지는 기용하는 장면은 보수의 품격과 도덕성에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많다.
당내 개혁 성향 및 친한계 의원들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뒤 그 후속 조치로 박 대변인과 장 전 부원장 등에 대한 인적 쇄신을 거듭 요구해왔다. 특히 소장파는 박 대변인을 두고 “윤어게인 주장에 궤를 같이하는 당직자”라고 규정했고 장 부원장 역시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왜곡한 책임을 져야 할 인사라고 비판해 왔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도 서울시장 공천 신청의 선제조건으로 이들에 대한 경질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장 대표를 압박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상징인 박민영 대변인 재임명을 강행하자 당내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장 대표와 지도부가 막말로 구설에 오른 대변인을 재임명했다. 국민께 어떤 말로 이해를 구하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의원들 총의를 거스른 장 대표와 유임에 동의한 최고위원들은 지금이라도 결의문에서 이름을 빼고 당장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장 대표가 이렇게 쇄신은커녕 오히려 더욱 수구적이고 퇴행적인 행보로 치달으면서 그에 대한 냉소가 쏟아진다. 청와대 출신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장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지 정치를 일종의 신앙심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나님(열혈 지지층)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물겹게 분투하고 있다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변심을 하면 안된다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하나님 외에 그 누구도 장 대표의 고집을 꺾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또 다른 관계자는 “장 대표가 작전만 열심히 짜고 실행은 하지 않는다. 최고위원 회의 때나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도 ‘내가 전부 책임진다’며 마치 모든 사안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대표 흉내만 낼 뿐 실제로 그런 책임이 실천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냥 왔다 갔다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대표의 리더십과 결단이 당의 향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야당 대표는 집권 세력과 달리 행정 권력이나 정책 집행 수단을 직접 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을 하나로 묶고 대여 전략을 설계하는 힘은 결국 대표 개인의 판단과 정치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야당 내부는 계파와 이해관계가 훨씬 더 분산돼 있어 이를 조정하고 단일한 메시지로 수렴시키는 과정 자체가 ‘리더십’에 의해 좌우된다. 대표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면 당은 곧바로 각자도생의 상태로 흩어지고 그 순간 야당은 권력 견제 기능을 상실한 채 혼란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결국 야당에서 대표는 단순한 관리자나 상징적 존재가 아니라 당의 전략 수립과 결속, 생존을 동시에 책임지는 사실상의 ‘정치적 엔진’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국민의힘은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에 가깝다.
장동혁 대표는 존재하지만 방향은 없고 결단은커녕 갈등을 수습할 최소한의 구심점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혼란과 계파 간 충돌은 단순한 ‘과열 경쟁’이 아니라 지도부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방치한 구조적 붕괴의 결과다.
당내에서는 “장 대표가 이제 더 이상 취할 특단의 대책이 없다는 게 절망적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 대표는 리더십 위기가 있을 때마다 필리버스터 최장 시간 기록과 단식 등의 돌파력으로 그럭저럭 궁지에 몰린 상황을 벗어났지만 이제 더 이상 쓸 만한 특단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장 대표의 현장 행보도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그는 당초 26일 경기 수원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기 공천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날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당 일각에서는 “장 대표가 가는 곳마다 외면을 받으니 현장 행보를 하지 않으려 한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장 대표는 현재 소장파의 쇄신 요구를 들어주는 등 일정정도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면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보다는 무난한 메시지와 미봉책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장 대표의 머릿속에는 과연 어떤 정치 로드맵이 들어있을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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