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경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싼 이전 논란이 확산되면서 산업계와 지역사회 모두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지역 개발 이슈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 전략 사업이 정치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용인지역 시민들은 집단 행동에 나서며 원안 추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산업계 역시 투자 지연과 공급망 불안 등 연쇄 파장을 우려하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를 촉구하는 분위기다.
▲ 시민 110만 결집 “산단은 생존권이자 국가 전략”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 시민대책위원회는 26일 용인시청에서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행사에는 시민과 지역 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대책위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 프로젝트”라며 “반도체는 산업을 넘어 안보 자산으로 격상된 핵심 분야”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전 논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대책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 간 경쟁을 이유로 국가 전략 자산을 흔드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원안 추진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용인지역에서는 6만1000여명이 참여한 서명부가 정부에 전달되는 등 산단 사수를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반도체 산업은 전력과 용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장비와 소재 기업까지 모여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집적 효과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입지 흔들리면 투자 멈춘다”…산업계 위기감 확산
산업계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입지 문제를 넘어 투자 일정과 공급망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단 이전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장기 투자 계획 재검토와 착공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수년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입지 불확실성은 곧 투자 리스크로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산업은 클러스터 기반 산업이다. 설계부터 생산 장비 소재 협력업체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산단 입지가 흔들리면 협력업체 유치부터 인력 확보까지 전반적인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BM 중심의 AI 메모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생산 거점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치명적 변수”라고 지적했다.
▲ 공급망·신뢰도 타격…“정부 결단 필요”
대책위는 산단 이전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 투자 불확실성 확대와 인프라 공급 차질 산업 생태계 약화 글로벌 시장 신뢰도 하락 등을 제시했다.
전력과 용수 문제를 이유로 한 이전 논의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론을 강조했다. 대책위는 “전력과 용수는 특정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 산업을 위한 기반 인프라”라며 “정부가 직접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산업계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생산에는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이를 이유로 입지를 변경하는 것은 오히려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정책 일관성이다. 산업계는 정부가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기업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 모두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반도체 초격차 경쟁이 벌어지는 시점”이라며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이 정치 논쟁으로 흔들리는 모습 자체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지역 갈등을 넘어 국가 산업 전략의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방향성 역시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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