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가 급등세 탈 때마다 '타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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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유가 급등세 탈 때마다 '타코'했다"

연합뉴스 2026-03-27 09:56: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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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협박은 시장 닫은 주말에…유가 오르면 평화 시사

예측 불가능성 워낙 커 관망하는 투자자들 많아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이 석유 시장에서 극심한 등락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그가 발표를 내놓은 시점과 내용에 패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개시한 이란 전쟁에서 정책 전환을 하도록 만드는 '고통의 지점'(pain point)'을 투자자들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석유 시장이 문을 닫는 주말에 이란을 상대로 협박의 강도를 높이는 발언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했다.

또 유가가 오르고 있을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행정부 관계자들이 평화가 임박했다는 암시를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FT는 트럼프 대통령,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등이 인터뷰나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으로 유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발언을 한 사례들을 표로 제시했다.

이 표에 따르면 이달 9, 10, 19, 20, 23일에 이런 발언들이 나왔고, 각각 그로부터 1시간 후 시점에 유가는 9.75%, 2.39%, 0.73%, 2.66%, 6.48% 하락해 있었다.

구두 개입이 매번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런 메시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석유 가격 인상을 억제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오닉스 캐피털 그룹의 석유산업 분석가 호르헤 몬테페케는 "트럼프가 주유소 가격 상승을 두려워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며 휘발유 가격이 갤런(3.78541 L)당 4달러를 넘으면 "정치적 치명타"가 된다고 말했다.

3월 26일 기준으로 미국의 무연휘발유 평균 소매가격은 갤런당 3.98달러다.

FT는 익명의 에너지 트레이더를 인용해 미국 원유가가 배럴당 95∼100달러선에 근접할 때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긴장을 완화하는 발언을 부각했으며 이와 동시에 정부가 석유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추측이 시장에서 힘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요즘 미국산 원유는 북해산 브렌트유보다 약 10달러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

FT는 이런 미국 정부 당국의 구두 개입이 지금까지는 가격 상승 억제에 도움이 됐으나 만약 물리적 공급부족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시장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몇몇 트레이더는 이란 전쟁이 초래한 혼란의 규모를 고려할 때 유가가 지금보다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가격 하락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두 개입에 정면으로 맞서서 트레이딩을 할만큼 대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공보담당 직원 테일러 로저스는 "이러한 주장은 전적으로 허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혼란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왔으며, 이란 테러 정권의 위협을 제거하는 올바른 일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작년 관세 정책 당시 트럼프의 수많은 번복으로 인해 생겨난 '타코'(TACO)라는 표현이 이미 익숙하다.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난다"는 뜻이다.

FT는 최근 1주간 상충되는 메시지들이 계속 나오면서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이 그 전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20일 이래 트럼프 행정부는 수억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고, 육군 제82공수사단의 정예 요원들을 중동으로 급파했고,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익명의 이란 관리들과의 평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에 본사가 있는 중개업체 '존스 트레이딩'에 재직 중인 마이크 오로크는 이란 전쟁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 워낙 오락가락해 "이제 허구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라고 FT에 논평했다.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3월 들어 지금까지 약 0.4%포인트 상승해 4.5%에 근접했다.

다음번 '타코 순간'이 언제 올 것인지 미리 예측하기 위해, 도이체방크의 교차자산전략 책임자 막시밀리안 울레어는 이번 주에 일종의 '압박 지수'를 개발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미국 행정부의 발언 조정이나 전략적 조정의 대체변수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1개월간 트럼프의 지지율 변화, 1년간의 인플레이션 기대, S&P 500 지수, 미국 국채 금리가 반영되는 이 '압박 지수'는 현재 트럼프 2기 들어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울레어는 "만약 지수가 올라간다면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조정 확률이 높아진다"며 "네 가지 고통의 지점이 모두 아프다면, 정책을 조정할 유인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아문디 투자연구소 소장인 모니카 디펜드는 트럼프가 2기 집권기에 미국 국채 수익률에 1기 때보다 훨씬 민감해졌다며 "4.5%에 가까워지면 행정부가 매우 초조해하며, 대개는 그때가 그들이 행동에 나서는 때다. 투자자로서 이를 예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혼란 와중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냥 관망하기만 하고 있다.

괜히 섣불리 나섰다가 트럼프의 다음번 트루스 소셜 게시물에 허를 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북미 헤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모두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즉 아무 일도 안 한다는 것이다"라며 "유가가 쉽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석유 숏을 칠 수는 없다. 또 전쟁이 5분 안에 끝날 수도 있다"고 FT에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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