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45% 수준으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확정되면서 제약업계와 환자단체 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환자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양상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기존 53.55% 수준이던 제네릭 약가는 단계적으로 45%까지 낮아지며, 적용은 2012년 등재 의약품과 이후 등재 의약품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기준도 기존 20번째 제네릭에서 13번째로 앞당겨졌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장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단계 종료 시 연간 약 1조1000억원, 2단계까지 완료되면 약 1조3000억원이 추가로 절감돼 11년 후에는 연간 2조40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환자 본인부담금도 약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환자단체는 신약 접근성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단체는 점진적 인하 구조와 예외 적용이 많아 실제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따른 산업 기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제네릭 약가를 48% 수준까지는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약가 인하 폭이 더 확대되면서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제네릭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약가 인하는 곧바로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약가가 약 15% 인하될 경우 동일한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마케팅·판관비 절감을 시작으로 인건비 조정과 채용 축소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계 역시 약가 인하가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약가 인하가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여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비용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 축소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제도를 병행 도입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 49%, 준혁신형은 47% 수준의 약가를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한다. 신규 제네릭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높은 약가를 인정해 연구개발 유인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일괄적인 약가 인하 방식이 의약품별 원가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제품별 수익성이 상이한 상황에서 동일한 인하율을 적용할 경우 일부 품목은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산 원료 사용 확대를 위한 약가 인센티브 역시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약가 개편은 재정 절감과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다만 정책 효과가 실제 산업과 고용, 연구개발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시행 이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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