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6] 만드는 태도에 대한 기록, OFFCUT SEOUL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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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86] 만드는 태도에 대한 기록, OFFCUT SEOUL 2026

문화매거진 2026-03-27 09:01: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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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OFFCUT SEOUL 2026을 다녀와서 오랜만에 ‘지금의 창작자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정돈된 완성도보다도 각자의 속도와 방향을 가진 작업들이 한 공간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생생함이었다. 누군가는 아주 사적인 감정을 작은 책 한 권에 담아냈고, 또 누군가는 가볍게 웃고 지나갈 수 있는 캐릭터 스티커 안에 자신만의 세계를 녹여내고 있었다. 그 다양한 결들이 뒤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곳이 ‘잘 만들어진 결과물’보다 ‘만들고자 하는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자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독립출판과 굿즈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책은 책대로, 작품은 작품대로 존재했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한 작가의 세계가 책, 엽서, 스티커, 오브제까지 확장되며 하나의 작은 브랜드처럼 작동하고 있었다. 단순히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감정과 시선, 그리고 이야기를 함께 구매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관람객들 또한 단순히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작업 앞에서 오래 머물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선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나 역시 작업을 해오며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주 고민해왔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 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작업은 어떤 것일까.’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업도 물론 있었지만, 유독 발걸음을 붙잡는 작품들은 대부분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는 작업들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듬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오히려 더 강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라기보다 결국 창작자가 어떤 마음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캐릭터 작업의 방향성이었다. 많은 작가가 캐릭터를 단순히 귀엽거나 소비하기 쉬운 이미지로만 두지 않고, 자신만의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어떤 캐릭터는 작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졌고, 어떤 캐릭터는 특정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존재처럼 보였다. 이 지점에서 나는 내가 만들어온 ‘몽다’와 ‘거복이’를 다시 떠올렸다. 그동안 이 캐릭터들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행복’과 ‘위로’의 메시지가 단순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더 확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행사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OFFCUT SEOUL은 거창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전시라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창작자들의 아주 현실적인 고민과 시도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래서 더 솔직했고, 더 가까이 느껴졌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며 ‘잘 만들었다’는 감상보다 ‘이 사람은 왜 이걸 만들었을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 질문이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이번 관람을 통해 나는 작업의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다. 더 잘 그리는 것보다, 더 나다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로 확장해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책이든, 굿즈든, 전시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포의 한 공간에서 만난 수많은 작은 세계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었지만, 공통적으로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는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그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나의 방식으로 계속 만들어가야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마음속에 남기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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