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주권’ 골든타임을 사수하라[김기동의 크립트레이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디지털금융 주권’ 골든타임을 사수하라[김기동의 크립트레이더]

이데일리 2026-03-27 05:00:31 신고

3줄요약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미국은 지금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달러 패권을 디지털 세상으로 확장하고 있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국경 간 자금 흐름은 약 1조 5000억 달러(약 2247조원)에 달한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머뭇거리며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미국의 첫 번째 무기는 입법이다. 2025년 7월 18일, 미국은 초당적 압도적 찬성으로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제정했다.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최초의 연방 법률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로써 독립적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법적 지위를 얻었다. 지니어스 액트는 2027년 1월 18일 또는 주요 규제기관의 최종 규정 공표 후 120일 중 빠른 날에 발효된다.

두 번째 무기는 민간의 속도다. 월스트리트는 이미 관망을 끝내고 실전에 들어섰다. JP모건의 ‘Kinexys(키넥시스)’는 일일 평균 70억 달러(약 10조원) 이상을 처리하는 거대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비자(VISA)도 스테이블코인 카드에 자사 결제망을 개방해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USDC를 사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연 환산 기준 약 45억 달러 규모의 정산을 USDC로 처리하며 수조 원대의 유동성 효율을 창출하는 중이다. 규제와 민간 혁신이 나란히 달리는 경주가 시작됐다.

문제는 이 경주가 우리 안방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미 해외 거래소 이용이나 디파이(DeFi) 참여를 위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원화 기반의 대안이 없으니 우리 자본이 디지털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달러 시스템에 종속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국민의 디지털 경제 활동은 모두 달러로 기록되고 원화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재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거래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K-팝, K-웹툰, K-의료라는 강력한 무기가 우리에게 있다. K-콘텐츠가 만들어놓은 전 세계의 수요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도구를 쥐여준다면 우리는 디지털 금융 영토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

원화 사용자가 계속 줄어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국은행이 우려하는 ‘코인런’이나 통화정책 영향력 약화는 피해야 할 위협이 아니라 넘어야 할 과제일 뿐이다. 코인런 리스크는 지니어스 액트처럼 준비자산의 투명성과 상환의 확실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면 해결된다. 통화정책 영향력은 한국은행이 추진 중인 CBDC 인프라를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상호운용 가능하도록 설계하면 지킬 수 있다. 중앙은행이 최종 보증자 역할을 유지하면서 민간이 그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얹는 구조다.

‘은행 51% 지분 제도화’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지분은 통제권의 형식일 뿐, 운영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 논의의 축은 “누가 과반을 갖느냐”에서 “누가 100%에 가까운 신뢰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느냐”로 이동해야 한다. 발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통이다. 지급결제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먼저 사용 습관을 형성한 쪽이 구조적 우위를 점한다. 핵심 질문은 “누가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많이 쓰이게 할 것이냐”다.

씨앗이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토양부터 갖춰야 한다. 기본법 제정, 인프라 정비, 세제 명확화, 외환 규제 완화를 하나의 종합 로드맵으로 지금 당장 설계해야 한다. 첫째, 스테이블코인을 독립된 지급결제 수단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발행 인가·준비자산 관리·소비자 보호를 하나의 틀에 담는 별도 입법이 시급하다. 둘째, 국내 은행과 핀테크 플랫폼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기술 표준과 정산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한다. 셋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에 쓰이려면 일반 전자결제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명확한 과세 기준이 있어야 한다. 넷째, K-콘텐츠 수익을 원화로 정산하고 해외 소비자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손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체계의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금융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다. 우리가 논의를 시작하는 사이 달러의 디지털 장악력은 하루하루 깊어진다. K-컬처가 일궈놓은 글로벌 시장의 토양 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씨앗을 뿌릴 때 비로소 대한민국 금융은 디지털 G2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동 대표변호사=25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원전비리수사 단장, 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중요 수사 부서 책임자를 도맡았다. 기업·금융 분야 로펌 로백스(LawVax)를 설립해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융 전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