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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산업통상부가 한국석유공사의 공동비축유 해외 유출을 이유로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석유공사 노조가 ‘꼬리 자르기’식 감사라며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석유공사 노조는 26일 입장문을 내고 “여론이 ‘비축유 해외 유출’이란 자극적인 단어로 우리를 범죄 집단인 양 몰아세우는 가운데 산업부는 기다렸다는 듯 감사에 착수하며 공사 직원의 사기를 짓밟는 중”이라며 “우선구매 예산도 배정하지 않은 산업부가 무엇을 근거로 공사를 질타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8일 중동 산유국 기업 A사는 석유공사 울산비축기지에 200만배럴의 원유를 들여왔으나 이중 90만배럴을 해외에 판매했다. 중동 전쟁으로 국내 원유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석유공사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고, 산업부는 감사에 착수했다.
석유공사는 유사시에 대비해 약 1억배럴을 비축해 두고 있는데 이중 약 13%는 3대 중동 산유국으로부터 보관료를 받으며 대신 비축해주는 공동비축유다. 산유국으로선 동아시아 지역 원유 수출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우리도 유사시 우선구매권을 행사에 자원 안보를 확보하자는 ‘윈-윈’ 모델이다.
문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로 비축유 방출까지 검토 중인 비상 시국에서 공동비축유 우선구매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석유공사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A사가 국내 정유사 판매를 협의하던 중 외국 기업과 계약을 맺어버린 것이다. 석유공사는 하루가 지난 9일 우선구매권을 주장하며 반출을 막았으나 이미 90만배럴은 해외로 나간 뒤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감사 착수 당시 “규정 위반이 밝혀질 경우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가 책임 회피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소유권이 없는 남의 물건을 강제로 묶어둘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를 막을 유일한 대응 수단인 우선구매권 행사는 수천억원의 예산과 장관의 공식 지시가 수반돼야 하는 엄연한 정책적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공기업 노조가 흔치 않게 입장문까지 내 가며 주무부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끊이지 않는 석유공사에 대한 질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 때 이뤄진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감사를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역시 산업부가 사업의 기획부터 홍보까지 세세한 부분을 간섭했으면서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돌연 태도를 돌변해 모든 책임의 화살을 공사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번 감사는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비축유 유출이란 자극적 단에 놀란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며 본인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산하기관을 제물로 삼는 ‘정치 쇼’”라며 “공사 직원을 희생양 삼는 표적 감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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