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26일 공개된 2025년 말 기준 고위공직자 및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진 내 다주택 보유 사례가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정책 설계와 집행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책과 현실 간 괴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불패’ 인식이 공직 사회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가운데 15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은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경기도 성남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충북 청주시 아파트를 각각 보유했다. 장관급 인사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역시 서울 강동구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 동대문구 오피스텔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관급 참모에서도 다주택 사례가 이어졌다. 봉욱 민정수석은 반포와 성동구 아파트를, 조성주 인사수석은 서초구 아파트와 세종시 복합건물을 신고했다. 문진영 사회수석은 강남구 복합건물과 용산구 아파트, 부산 단독주택을 보유했고,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종로구 단독주택과 용산구 아파트 지분을 신고했다.
비서관급에서도 상황은 유사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이성훈 국토교통비서관이 세종시 아파트와 서울 강남구 다가구주택 및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집중됐다. 이 밖에도 권순정 정무기획비서관, 김상호 춘추관장, 김소정 사이버안보비서관,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 윤성혁 산업정책비서관, 이태형 민정비서관, 이주한 과학기술연구비서관, 정정옥 성평등가족비서관 등이 다주택자로 확인됐다. 강유정 대변인은 최근 경기도 용인 아파트를 매각해 1주택자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산 증가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의 재산은 취임 1년 만에 18억8807만원 늘어 49억7721만원으로 집계됐다. 저서 인세 수입과 연봉, 상장지수펀드(ETF) 평가이익 등이 반영된 결과로, 금융자산 증가분만 14억9028만원에 달했다. 장남 결혼식 등 경조사 수입으로 현금 자산도 2억5000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 기조를 유지해 온 정부에서 최고 권력자의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역시 정책 메시지와의 간극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자산 규모와 격차도 이번 공개에서 두드러졌다. 재산 총액 1위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1257억7170만원을 신고했다. 본인이 보유한 안랩 주식 평가액 감소 등으로 재산이 직전 대비 약 110억원 줄었지만, 2위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547억9450만원)과는 여전히 큰 격차를 유지했다.
3위는 374억5660만원을 신고한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으며, 4위는 고동진 의원, 5위는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318억7660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상위 자산가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28억8730만원으로 나타나 자산 양극화 흐름이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 호황 영향도 재산 증가 흐름에 반영됐다. 공개 대상 국회의원 287명 가운데 254명(88.5%)이 재산 증가를 신고했으며, 코스피 상승세 속에 증권 자산 비중이 높은 인사들의 자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공개 대상 국회의원이 300명이 아닌 287명으로 집계된 것은 의원직 공석과 재산공개 기준 시점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고위 참모진의 다주택 보유 문제를 정책 신뢰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김나래 안심주택임대조합 수석추진위원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핵심 참모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은 주거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 메시지와 충돌할 수 있다”며 “정책 입안자들이 사적 자산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국민의 정책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정부에서도 다주택 고위공직자에 대한 처분 권고가 있었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다주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공직 사회 내부에 ‘부동산 불패’ 인식이 고착화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정책 추진 동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위공직자의 자산 보유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자산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정책 신뢰 문제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산 공개를 계기로 정책 설계자와 시장 현실 간 간극, 그리고 공직 사회 내 자산 구조에 대한 논쟁은 한층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