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경현 기자] 신형 마칸 일렉트릭과 타이칸 페이스리프트를 앞세워 국내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질주 중인 포르쉐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차량 판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럭셔리 전기차 생태계의 핵심인 ‘브랜드 전용 충전 인프라’가 대규모 철거 위기에 직면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포르쉐코리아의 주요 충전 거점인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자산 매각 등으로 줄폐점 수순을 밟게 된 여파다. 성공적인 전동화 전략과는 반대로, 필수 인프라인 충전망이 축소될 상황에 놓이면서 억대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불편이 예상된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포르쉐의 전동화 모델 판매량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브랜드의 핵심 볼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4년 1175대에 머물렀던 타이칸 판매량은 2025년 2039대로 껑충 뛰며 브랜드내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새롭게 투입된 마칸 일렉트릭 역시 1587대가 팔려나가며 2025년 한 해 동안 포르쉐코리아의 판매량(1만746대)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냈다. 올해 흐름은 더욱 매섭다. 1~2월에만 타이칸 379대, 마칸 일렉트릭 88대로 총 467대를 판매되며 실적 고공행진 중이다.
여기에 브랜드 최고 인기 모델인 카이엔 일렉트릭까지 곧 투입을 앞두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포르쉐가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중 전동화 전략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눈부신 성장세와 달리, 충전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자사 전기차 및 플로그인 하이브리드(PHEV) 고객을 위해 성장세11kW~22kW 출력을 제공하는 완속 충전망 ‘포르쉐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포르쉐 본사는 데스티네이션 서비스의 파트너로 프리미엄 호텔과 유명 레스토랑, 최고급 골프장, 요트 마리나 등 오너들의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고 주차 공간 확보가 용이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주요 충전 거점으로 활용하면서 대형마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현재 파악된 포르쉐 데스티네이션 주요 거점 43곳 중 홈플러스 매장에 설치된 곳은 16곳으로, 전체의 약 37%에 달한다. 수도권 외각이나 지방으로 갈수록 의존도는 더욱 심해진다. 호남 거점 2곳(동광주점, 순천점)은 모두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어 다른 대안조차 없는 실정이다.
대구와 경북 지역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성서점과 칠곡점, 안동점, 영주점, 구미점 등 사실상 홈플러스가 영남권 포르쉐 충전망을 지탱하고 있는 구조다.
이러한 인프라 구조는 최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폴르서스의 점포 정리 사태와 맞물리며 변수로 부상했다. 홈플러스가 자산 유동화를 위해 다수의 점포를 폐업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 2025년 12월 서울 가양, 경기 일산, 수원 원천, 부산 장림, 울산 북구점의 폐점이 예고되어 있다.
이러한 흐름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26년 1월에는 서울 시흥·인천 계산·안산 고잔·천안 신방·대구 동촌점이 문을 닫는다. 2월에는 대전 문화·부산 감만·울산 남구·전북 전주 완산점이, 4월에는 충남 천안·충북 조치원·경기 화성동탄점이 철수한다. 서울 핵심 상권인 잠실점과 인천 숭의점 역시 시점만 미정일 뿐 결국 폐점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오프라인 채널의 침체와 맞물려 이 같은 대형 마트의 매각 및 폐점 기조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마트 부지가 매각돼 기존 건물이 철거되면, 해당 주차장에 설치됐던 포르쉐 전용 충전기 역시 철거 또는 운영 준단될 가능성이 높다. 포르쉐 오너들 입장에서는 최고 2억원을 호가 하는 전기차를 타면서, 향후 충전 거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안게 된 셈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들이 판매량 확대에 발맞춰 인프라의 양적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이 같은 불안정성 문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에 단순한 거점 확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프리미엄 충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포르쉐코리아 측은 실제 고객들의 충전 패턴을 고려할 때 특정 유통망에 대한 의존도는 미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은 주로 자택 및 직장, 고속도로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고 있어 홈플러스 등 특정 시설에 설치된 충전소 실제 이용 비중은 전체의 1% 미만 수준이다”며 “해당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은 실제 이용 패턴과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포르쉐 센터와 서비스 센터 등 주요 거점을 포함해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고객 편의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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