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6년 전 3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친모가 최근 검찰에 넘겨졌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범행 은폐 정황과 함께 피해 아동이 ‘위기 아동’으로 포착되고도 제대로 관리·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아동보호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6일 살인,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아동수당법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30대 여성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도와 숨진 딸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 범인은닉,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 B씨도 함께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3월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소재 한 아파트에서 3살이던 친딸 C 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아기를 키우기 힘들었다”, “(아기가) 내 인생에 짐 같았다”, “아이를 숨지게 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초 경찰은 A씨를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수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A씨가 아이를 살해했다고 털어놓음에 따라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했다. 시신은 이달 18일 수습됐다.
이 사건은 앞서 위기 징후가 관측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줬다.
먼저 2020년 2월 친부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는다”며 친모를 신고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당시 기관은 해당 아동이 부부 갈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정서적 학대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 친모의 자백을 토대로 보면 딸의 사망 시점은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이후 2021년 정부의 ‘만 3세 아동 전수조사’ 당시 담당 공무원은 두 차례 가정 방문을 실시했지만 별다른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A씨가 연인의 조카를 자신의 딸인 것처럼 내세우자 별다른 추가 확인 없이 ‘양육 상태 양호’로 판단됐다. 보호자 진술에 의존하는 점검 체계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교육 행정에서도 관리 공백이 드러났다. A씨의 딸은 2024학년도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었으나 A씨는 해외 일정을 사유로 입학 연기를 신청했다. 이듬해에는 주민센터의 입학 통지 자체가 누락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다시 통지서를 받고 나서 학교 측에 아이가 3학년 나이임에도 2학년으로 입학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남겼다.
또 올해에는 연인의 초등학교 2학년 조카를 자신의 딸인 것처럼 데려갔으며 3월에도 같은 아이를 동행해 체험학습을 신청했다. 결국 이달 16일 학교 측이 아동의 상태를 수상히 여겨 신고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이처럼 A씨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등 약 1100만원을 부정수급하기도 했다.
위기 아동을 조기에 발굴하기 위한 정부 시스템에서도 숨진 아이가 포착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해당 사건 피해 아동이 사망한 이후인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분기별로 2~4건의 위기 정보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등록됐다.
위기 정보에는 의료기관 미진료, 건강보험료 체납 여부, 정기예방 미접종 등 학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기록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44종의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해 이 같은 위기 정보가 시스템에 접수될 경우 위기 아동 가능성이 있는 가정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가정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선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가구는 학대 의심 정보가 있었음에도 실제 조사로 연결되지 못했다.
광주대 아동학과 최아라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형식적 점검과 점수 중심의 판별에 치우친 현행 관리 체계가 맞물리며 드러난 구조적 문제의 사례”라며 “영유아 건강검진 등 국가가 제공하는 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음에도 보호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방임의 신호로 봐야 하며 부모수당 역시 단순한 현금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양육 책임 이행 여부를 함께 점검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위기 가정을 선별해 낼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영아기부터 지속적인 관찰과 개입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가정방문을 포함한 현장 대응을 국가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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