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 꼽으면 당선" 정치 텃밭 현 주소…경제·삶 만족도 하위권 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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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꼽으면 당선" 정치 텃밭 현 주소…경제·삶 만족도 하위권 맴맴

르데스크 2026-03-26 17:04: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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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평가를 받으며 매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후보가 무조건 승리해 온 지역, 이른바 '정치 텃밭'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는 물론 지역 주민의 삶 만족도 역시 권력 교체가 수시로 일어나는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행정 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지닌 선거의 기능이 사라진 결과로 보여 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경쟁 자체가 없다시피 하다 보니 지역과 지역 주민의 발전에 점차 무관심해졌고 결국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정치색 뚜렷한 '정치 텃밭'의 비극…최악의 경제 상황에 지역민 삶 만족도도 하위권

 

최근 시민사회 안팎에선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지역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순기능이 거의 멈추다시피 하다 보니 지역 경제가 갈수록 침체되고 주민 삶의 질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랜 기간 '보수의 성지'라 불리며 매 선거 때 마다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 대구광역시(이하 대구)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대구의 경우 1995년 민선1기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계열 인사가 대구시장에 당선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지역구 국회의원 역시 과거 20대 총선(2016년)에선 민주당 계열의 김부겸(수성구 갑), 홍의락(북구 을) 의원이 당선된 적 있으나 그 이후론 보수 정당 의원이 전체 지역구 의석을 차지했다. 22대 국회 또한 마찬가지다.


▲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지역의 경제 상황이 심각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대구의 경제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대구의 지역 경제 수준을 가늠하는 대부분의 지표는 전국 꼴찌 수준을 맴돌고 있다. 우선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137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무려 33년째 전국 '꼴찌'를 기록 중이다. 1위인 울산(8519만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국 평균(4948만원)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1인당 지역총소득 역시 3618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1인당 지역순소득(주민 1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 평균) 역시 3618만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 구매력을 의미하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도 2578만원으로 전국 평균(2천782만원)과 차이를 보였다.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만족도 역시 전국 최하위권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 시민의 삶의 질에 대한 매우 만족 비중과 약간 만족 비중의 합은 39.9%%를 기록했다. 전국(광역단체) 평균인 45.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체 광역단체 중 40이하를 기록한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 지역 주민 삶의 질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주(48%)에 비해서는 무려 10%p 가까이 차이가 났다. 낮은 삶의 질 만족도는 지역 경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시민들은 교통(87.6%), 생활환경(81.8%), 거주여건(79.5%) 등에 대해서는 높은 만족도를 보인 반면 경제여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3%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구와 정반대의 정치 성향을 띄는 광주광역시(이하 광주) 상황도 비슷하다. 광주 또한 대구와 마찬가지로 1995년 민선1기 지방선거 이후 줄곧 민주당 계열 인사가 시장을 역임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광주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768만원으로 대구 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전국 평균(4948만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1인당 지역총소득(4042만원), 1인당 지역순소득(3243만원),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2778만원) 등도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이들 지표의 전국 평균치는 각각 5020만원, 3919만원, 2783만원 등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광주의 경우 지역 주민의 삶의 질 만족도는 대구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지난해 기준 매우 만족 비중과 약간 만족 비중의 합은 46.9로 전국 평균(45.3)을 웃돌았다. 다만 광주의 경우 연령이 높아질수록 삶의 질 만족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광주시의 '2025 광주 사회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시민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7점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삶의 만족도 점수는 6.62점으로 가장 높은 반면 70세 이상은 6.02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판세 예측 어려운 대전의 반전, 대기업·산단 없지만 대구·광주 보단 경제적 풍요

 

사회·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열악한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의 낮은 삶의 만족도 수준은 정치적으로 편중된 지역 민심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의 순기능 중 하나인 견제와 심판의 기능이 멈추다시피 하다 보니 지역 정치인들조차 지역 발전에 소홀하게 되고 오랜 기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선거 때마다 지지 후보·정당을 바꾸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의미하는 부동층이 유독 많은 지역의 경제나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이하 대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대전시장은 민주당 계열 정당과 보수 정당 소속 인사들이 번갈아 가면서 역임했다. 가장 최근만 보더라도 제7회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계열 후보였던 허태정 전 시장이, 바로 다음 선거인 제8회 지방선거에선 보수 정당 후보인 이장우 현 시장이 각각 당선됐다. 이러한 대전 역시 대구나 광주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산업단지나 대기업 공장은 갖추고 있지 않지만 경제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3822만원), 1인당 지역총소득(4235만원), 1인당 지역순소득(3486만원),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2875만원) 등 지역 경제를 가늠하는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대구나 광주 보다는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 사회·경제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열악한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의 낮은 삶의 만족도 수준은 정치적으로 편중된 지역 민심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광주광역시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일부 대구·광주 시민 중에도 침체된 지역 경제의 원인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된 지역 민심을 꼽는 이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박상원 씨(54·남·가명)는 "90년대 이후로 대구 경제가 살아난 적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이 지역의 정치적 색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시정이나 지역을 이끄는 정치 세력에 변화가 있어야 지역 경제에도 변화가 있을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장지선 씨(33·여·가명)는 "가만히 팔짱끼고 있어도 무조건 당선되니 지역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도도 부족한 사람들마저 전부 대구로 오려고 한다"며 "그런 사람들 입장에선 서울서만 잘 보이면 무조건 당선되니 누가 지역에 관심 갖겠나"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대의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의 일방적인 결과는 결국 지역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이 장기간 지역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선거가 실질적인 경쟁이 아닌 형식적인 승인 절차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권자에 대한 책임성이 약화되면서 정책 성과보다 정치적 충성도나 공천 경쟁이 우선되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는 정책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고 결국 지역 경제와 주민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정당이 지역 정치를 장기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정책 혁신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사라지고 관성적인 행정과 정치적 태만이 고착화된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경제 침체와 주민의 삶의 질 저하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의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유권자들이 정치적 관성에서 벗어나 성과에 기반한 엄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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