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는 TV 방송국의 꽃이다. 현장에 중계차를 보내 촬영 중인 신호를 위성으로 쏘아 방송국으로 전달, 그것을 방송국에서 다시 송출하는 방식의 생중계는 고가의 장비는 물론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압도적인 자본과 전문 인력이 집중된 TV 방송국은 그래서 국민이 내는 세금도 받아가며 큰 이벤트를 도맡아 중계해 거대 언론사로서의 소임을 다해왔다.
하지만 방송국은 이미 드라마나 예능 등 콘텐츠 영역에서 OTT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생중계 영역마저 OTT 플랫폼에 우위를 뺏길 판이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컴백 공연을 생중계한 넷플릭스는 이미 생중계 이력이 상당하다. 2023년 처음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기술 테스트 성격의 미국 코미디 쇼를 생중계 한 이후 같은 해 F1(자동차 대회 포뮬러원) 스타와 프로골퍼가 참가하는 이색 골프대회를 중계해 본격적으로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미 프로레슬링 WWE Raw 이벤트를 독점 계약해 2025년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 오고 있으며 올해 1월에는 ‘Skyscraper Live’라는 로프 없이 맨몸으로 대만의 101층 건물을 오르는 콘텐츠를 생중계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급기야 넷플릭스 라이브는 MLB(미국 프로야구) 개막전까지 진출했다. 2026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 샌프란스시코와 뉴욕 양키스의 경기를 중계한다고 넷플릭스가 25일 밝힌 것이다.
넷플릭스는 에미상을 수상한 MLB 네트워크 제작팀과 협력해 MLB 주요 경기를 생중계할 것으로 예고했고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까지 총 5개 언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 중계에 뛰어드는 OTT 플랫폼은 넷플릭스뿐만이 아니다. 쿠팡플레이는 월드컵 8강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확정 전 마지막 A매치인 28일 코트디부아르전과 내달 1일 오스트리아전을 각각 생중계하기로 했다.
티빙 역시 얼마 전 열렸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본선 개막부터 전 경기를 독점 생중계했고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모바일과 PC를 통한 생중계는 오직 티빙을 통해서 시청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기존의 거대 지상파 방송국은 뚜렷한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플랫폼이 실시간 콘텐츠까지 장악하게 된다면 지상파 방송국의 존재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넷플릭스의 경우 전세계에 배포된 1만9천여 대의 서버가 기존 생중계 시스템의 높은 장벽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넷플릭스가 가진 어마어마한 자본력으로 전세계 시청자에게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직접 가 닿을 수 있는 인프라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수억명의 사람들이 매달 내는 구독료가 모여 형성된, 막대한 자본의 규모 덕이다. 일각에서 ‘재래식’이라 불리는 전통적인 언론사는 점차 줄어드는 매체 영향력으로 동시에 광고 수입이 줄어든다. 이제 '레거시 미디어'는 자본이 쪼그라들고 인재가 빠져나가 마침내 붕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탄식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일상생활에 밀착된 공적 인프라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 뉴스와 지역 정보, 그리고 전세대를 아우르는 예능과 일일 드라마 등 일상에서 시청자와 접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로컬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콘텐츠는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글로벌하게 선호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나 그것은 오히려 기존 TV 방송국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굳건해 보였던 한국의 로컬 시장은 자본의 힘이 미약해져 그 영역이 축소되고 있다.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OTT에 맞설 레거시는 지금 무기가 있는가. 붕괴가 코앞에 닥친 지금 이 순간에도 도대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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