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반도체 산업 구조 개편을 겨냥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메모리 중심으로 편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3판교 테크노밸리를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 중심 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3월 26일 판교글로벌비즈센터에서 산·학·연·관 협력 기반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경기경제과학진흥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그리고 앵커기업으로 에이직랜드와 켐트로닉스가 참여했다.
제3판교 테크노밸리는 성남금토 공공주택지구 내 약 7만3천㎡ 부지에 조성된다. 연면적은 약 50만㎡ 규모로, 총 사업비는 약 2조 2,700억 원에 달한다.
사업은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되며,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지난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경기도는 이 공간을 단순 산업단지가 아닌 ‘지식산업센터’ 형태로 개발해 팹리스 기업, 연구기관, 지원 조직을 집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설계 단계부터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공간 설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집적’과 ‘생태계’다. 팹리스 기업과 연구소를 한곳에 모으고,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협약 기관들은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반도체 전공 대학생과 예비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동시에 재직자를 위한 실무 역량 강화 과정도 병행한다.
스타트업 지원도 주요 축이다.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앵커기업 참여다. 특히 에이직랜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국내 디자인 파트너로, 팹리스 생태계에서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 또 다른 참여 기업 켐트로닉스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기업은 스타트업 전용 공간 조성과 운영 지원,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초기 기업 육성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팹리스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 대비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제3판교 프로젝트는 이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다.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을 연결하는 산업 구조를 강화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팹리스 기업과의 기술 격차, 투자 규모, 인재 확보 경쟁 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클러스터 조성이 실제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과 민간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제3판교 테크노밸리는 단순한 산업단지 개발을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팹리스 기업 육성과 생태계 구축이 성과로 이어질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의 다음 성장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실행력과 지속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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