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부터 시진핑, 李대통령까지…국정에 경영DNA 심는 글로벌 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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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부터 시진핑, 李대통령까지…국정에 경영DNA 심는 글로벌 리더들

르데스크 2026-03-26 16:07: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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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국 정상들이 자국의 빅테크(초대형 정보기술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국정 핵심 파트너로 전면 배치하고 있다. 민간의 첨단 기술력을 국가 안보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편입시켜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新) 민관 동맹'이 관료 조직의 경직성을 탈피하고 민간의 파격적인 혁신 속도를 국정에 이식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 점령한 실리콘밸리 거물들…전 세계에 부는 '재계 CEO 국정 설계' 열풍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기술 정책 자문기구인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 미국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임명했다. 과거 이 위원회는 과거 주로 학계와 공학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됐지만 이번에는 기술기업 경영진과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위원회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이자 백악관 인공지능(AI)·가상자산 정책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가 의장을 맡으며 이끌어 갈 예정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을 벤처투자가 등을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사프라 캐츠 오라클 부회장, 리사 수 AMD CEO, 데이비드 프리드버그 투자자 등도 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이미 백악관이 추가 인선 실시 계획도 밝힘에 따라 위원회에 참여하는 CEO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수장들을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위원으로 임명했다. 사진은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온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그동안 기술기업 최고경영진과 비공개 회의를 잇달아 개최했고 산업에 우호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을 신속 승인하는 한편 기술 산업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빅테크 수장들을 국정 시스템에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기업 길들이기에 집중했던 중국 정부는 기술 자립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기업인들을 정책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으로 기용하거나 국가 5개년 계획 수립의 핵심 파트너로 발탁하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양회에선 허샤오펑 샤오펑 회장이 전인대 대표로 참석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인 AI 연구개발 강화를 강조했으며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류칭펑 아이플라이텍 회장 등도 함께 자리해 글로벌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적 대응책을 제시했다.

 

중국 민간기업 전문가들의 국정 참여는 정책 수립의 핵심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보안 기업 360의 저우훙이 창업주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자격으로 국가 사이버 안보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생성형 AI '어니봇'과 자율주행 기술을 국가 인프라에 이식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리 회장은 올해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의 초안 수립 과정에 참여해 AI 부문의 민간 혁신 기술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은 기술 자립과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자국 빅테크 수장들을 국가 행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뉴스]

 

AI 부문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경제 패권 강화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다. 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요강에서 AI를 중국이 최우선으로 공략해야 할 핵심 첨단 기술로 제시했을 정도다. 또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정부 업무보고에서 AI를 무려 7차례 언급하며 관련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SMIC(중신국제)와 YMTC(양쯔메모리) 등 핵심 반도체 기업 수장들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자문단에 전격 합류시켜 반도체 국산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내건 일본 정부 역시 민간 기업 간의 경계를 허무는 밀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22년 제정된 경제안보추진법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전략 자산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민간의 전문성을 국정에 직접 이식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2나노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된 국가 대표 기업 '라피더스(Rapidus)'에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대기업을 투자·기술개발에 참여 시켰다. 현재 라피더스의 CEO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핵심 임원을 거쳐 미국 웨스턴 디지털 사장을 역임한 고이케 아쓰요시가 맡고 있다.

 

▲ 주요국 국정에 참여 중인 전·현직 기업인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일본 경제계 거물들의 정부 정책 자문 역할도 구체화되는 추세다. 현재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일본 내각관방이 주도하는 'AI 전략 회의'에 민간 구성원으로 참여해 생성형 AI 개발 및 인프라 구축 관련 사안을 직접 제언하고 있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역시 내각 직속 규제개혁추진회의 및 디지털청 관련 자문 기구 위원 자격으로 낙후된 IT 행정 시스템을 민간 플랫폼 수준으로 개선하는 혁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경제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국정에 수혈하는 민·관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한 작업은 주요 부처의 수장을 민간 기업 CEO 출신으로 앉히는 것이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고 있는 한성숙 장관은 전 네이버 대표로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실무 전문가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LG그룹의 초거대 AI '엑사원' 개발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실물 경제를 책임지는 산업통상자원부 수장에도 과거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을 역임한 김정관 장관을 발탁했다. 김 장관은 에너지와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현장 감각을 쌓아온 인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민·관 협력 강화 행보에 대해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의 민관 협력이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수동적으로 따라 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민간 전문가가 직접 정책 사령탑에 앉아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국정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며 "다만 한국은 주요국들에 비해 관료 조직 특유의 경직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민간의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와 성과 중심의 경영 마인드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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