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HMM 본사 부산 이전과 관련 정부와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이원하던 결과가 나왔다. HMM 노조와 일부 해운업계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걸며 예상한 사외이사 2명의 이사회 진입은 가결됐다.
최근 HMM 부산 이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된 안양수 전 산업은행 부행장·박희진 부산대 부교수 등 사외이사 후보 2명이 26일 열린 HMM 제5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로써 정부가 추진 중인 HMM 본사 부산 이전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노조는 총파업 등 투쟁 강도를 높여나가기로 하면서 부산 이전 문제를 둘러싼 노정 갈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 일부 주주 “사외이사 2인 부산 이전 위한 거수기”
HMM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파크1 타워1에서 개최된 이날 주총은 △2025년도 감사보고 △영업보고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 보고 등에 이어 이사회에서 상정한 6건의 의안에 대한 결의 순으로 진행됐다.
상정된 안건은 △제50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이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사외이사 선임이었다. HMM은 임기가 만료된 우수한·이젬마·정용석 등 3명의 사외이사 후임으로 안양수 전 유니슨 상임감사(산업은행 부행장·KDB생명 사장 출신)과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학 부교수 2명을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안양수·박희진 후보가 경영상 필요성이 아닌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거수기를 세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 최원혁 사장 “적법한 검증 거쳐” 이전 관련 언급 자제
안 후보가 HMM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부행장을 역임했고 박 후보는 부산 소재 대학 인사라는 점에서 부산 이전에 우호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려는 의도란 지적이다.
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되기 전 한 주주는 “산은 출신인 안 후보는 경영진 및 대주주 감시라는 이사회 본연의 역할에 적합하지 않다”며 “안 후보가 HMM의 이사로서 갖춰야 할 해운물류 분야 전문가도 아니고 대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사 선임은) 주주가치 제고와도 배치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박 후보 역시 해운물류 전문가가 아니며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산 이전 과정에서 객관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원혁 HMM 사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관련 자격요건을 충분히 검증했다"며 "상법에서 요구하는 재무·회계 전문가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서 독립적으로 회사의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다.
▲ 이사회 이전 강행, '이사 충실의무 위반·배임' 지적
최 사장은 "HMM이 상장사로서 법에서 요구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 이사 후보 2명을 추천한 것"이라며 "별건(부산 이전)과 연관해 주총 장소에서 언급하는 것은 의장의 역할을 벗어난다"고 선을 그었다.
상정된 6건의 안건이 참석 주주들의 찬성으로 의결된 후에도 일부 주주들의 부산 이전 강행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한 주주는 “주총에서 2인의 신규 사외이사들이 선임되면 4월 이사회에서 ‘본사 주소지를 부산으로 바꾸는’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하고 5월 임시 주총을 통해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킨다는 수순은 합리적 추정”이라며 “6월 지방선거 실시 전에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정치적 행보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며 이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회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주주도 “정부에서 부산 이전의 가장 큰 명분으로 제시한 해양수도 완성은 오직 정치적 목적일 뿐 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불확실한 가정을 근거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과 예측 불가능한 인력 유출이란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결정을 내릴 경우 상법 제38조가 규정하는 ‘이사 충실의 의무’를 전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존재하는 만큼 특정 세력의 정치적 계획에 따라 이사회가 장악되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전을 강행할 경우 파업과 직결될 수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대주주, 이사회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가정에 기대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이는 주주에 대한 배임 행위라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주주들은 본사 이전과 같은 중대한 경영상 의사결정에 앞서 이사회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가 있다면 이를 소액 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와 구성원(임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합산 3% 제한(3%룰 확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분리 선임 인원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변경(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배제조항 삭제 등이 담긴 정관 변경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편 주총에서 부산 이전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사외이사 2명이 선임되자 HMM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육상노조뿐 아니라 선원 중심의 해상노조까지 부산 이전 반대에 가세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노조 측은 다음 달 2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거쳐 '헌법이 보장한 최후의 수단'인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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