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검 류미래(32·변호사시험 10회)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제 오랜 꿈이자 삶의 중심이었던 검찰을 떠나며 사직 인사를 올린다”며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을 공개적으로 소개했다.
류 검사가 소개한 사건은 처음에는 의붓딸에 대한 단순 스토킹 사건으로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전혀 다른 실체가 드러났다. 피해자는 미성년 시절부터 약 20년에 걸쳐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입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까지 출산한 사실이 확인됐다.
류 검사는 “범죄 단서가 기록 곳곳에 보였지만 경찰 단계에서 충분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검사인 저를 믿고 자신의 피해를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피의자 측이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재판이 3심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류 검사는 “담당 검사였음에도 이 사건을 제가 수사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했다”며 “범행의 중대성을 밝히는 것보다 담당 검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지, 그 적법성을 확보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의 범위를 처음으로 해석한 판결이 됐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가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내란죄 자체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지만 직권남용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로서 수사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
류 검사가 사직을 결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공소청법·중수청법의 국무회의 통과였다. 그는 “검찰을 향한 계속된 이슈들이 무력감과 서글픔으로 다가왔지만 제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버텨왔다”면서도 “이제 직접 수사권은 폐지되었고 보완수사 가능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류 검사는 자신이 담당했던 것과 같은 사건에서 앞으로는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는 현실이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경찰에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고 피해자를 직접 대면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 사이에서 수사는 지연되고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되며 증거는 사라질 것”이라며 “이 사법공백을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구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정치적 논리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제가 지향하는 방식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류 검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일을 사랑했던 검사로서 이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며 “오랜 고뇌 속에서 지금 이 선택이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이 한 저연차 검사의 개인적인 작별 인사에서 나아가 무분별한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한 번 더 직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류 검사는 “훗날 우리 조직이 다시 바로 서고 국민의 온전한 신뢰를 받는 그날을 먼발치에서나마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