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관련해 “국민 부담을 고려해 전기요금은 가급적 유지하겠다”면서도,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 해소와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범국민적인 ‘에너지 절약 연대’에 동참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제2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지금의 위기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합친 것만큼 심각하다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진단”이라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위험의 파급 정도를 예측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여 설명한 대목은 ‘전기료 동결’과 ‘절약’ 사이의 딜레마다. 이 대통령은 “전기는 한전이 독점 공급하고 정부가 100%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에 민생 안정을 위해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려 한다”고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현재 한전의 부채 규모가 20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요금을 낮게 묶어둘 경우, 가격이 폭등한 유류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전기를 더 많이 쓰게 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발생해 한전의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 통제가 오히려 과도한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경우 정부 재정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일상 속 전기 사용 절감을 거듭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내주 중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을 통해 대응의 큰 틀은 갖춰진 만큼 이제부터는 실행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며 “위기 시에는 작은 행정적 실수도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으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 현장을 직접 책임 있게 점검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물가 교란 행위에 대한 ‘경고등’도 켰다. 27일부터 정유사 공급가에 대한 ‘제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일선 주유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동체의 위기를 틈타 담합이나 매점매석으로 부당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정부는 당장 어제(25일)부터 공공부문 승용차 5부제를 의무화하며 에너지 절약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단번에 상황을 반전시킬 해법은 없지만, 그럴수록 더욱 지혜를 모으고 고통을 나누는 연대가 절실하다”며 대중교통 이용과 일상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요청했다.
현재 청와대에는 ‘비상경제대응상황실’이 설치되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비상경제본부’가 현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물가 안정’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공기관 부실’이라는 부작용을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극복하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전기료 유지'는 고물가 시대에 서민 가계의 붕괴를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한전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요금 동결은 양날의 검이다. 정부는 '전쟁 추경'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메우고, '최고가격제'로 기름값을 직접 통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시장 경제의 원리보다는 '전시 경제'에 준하는 국가의 직접 개입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사태의 향방은 정부의 행정력과 더불어 국민들이 얼마나 '에너지 절감'에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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