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역마진 고착화...출구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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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철강, 역마진 고착화...출구 전략은?

한스경제 2026-03-26 11: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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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연합뉴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국내 철강업계가 1년 가까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의 고착화에 신음하고 있다. 수입산 철강재의 저가 공세와 전방산업 불황의 장기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까지 가세하며 주요 철강사들은 잇따라 설비를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투자 여력이 몹시 약화된 철강사들은 기술 경쟁 심화와 탈탄소 관련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개별 기업의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진단과 함께 철강업 위기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시장의 이달 철근과 철스크랩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철근 ‘스프레드’가 35만원 선으로 지난해 4월의 42만원 대비 16% 넘게 하락했다. 

▲ 포스코·현대제철, 설비 폐쇄·인력 전환 배치
지난해 말 28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철근 스프레드는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익 구간으로의 회복이 부진한 양상이다. 철강사들이 철근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40만원 이상이다. 

역마진 구조의 고착화는 주요 철강사들이 저수익 설비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인천공장 내 소형 철근 전기로 제강·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폐쇄되는 설비의 생산능력은 연간 80만톤으로 인천공장 전체 철근 연산 규모의 절반에 달한다. 설비 폐쇄에 따른 근로자 전환 배치 및 희망퇴직 역시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 2공장을 폐쇄하고 1공장 내 중기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수요 정체 속 원재료·유가 상승, 전기요금 부담↑
포스코도 설비 감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 2선재공장의 일부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 기존 4개 교대 조 체제에서 2개 조 인력을 타 부서로 전환 배치하며 규모를 줄였다. 지난 2024년에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각각 폐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주요 제강사들 역시 줄지어 설비 감축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 구조가 악화한 데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은 급등한 반면 시장에선 공급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사태를 불러온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습에 이어 일본 역시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낮은 가격에 한국으로 밀어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발발 한달 째를 맞은 중동사태는 불 난 곳에 기름을 붇는 격이 됐다.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으로 향하던 중국산 물량이 동남아시아 등 인근 시장으로 우회해 국내 제품가 하락에 또 다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양대 노총 “단순 불황 아닌 산업안보 비상사태”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과 유가 상승, 감당하기 힘든 전기요금 등 비용 부담만 늘어나고 있어 사업을 접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철강업계에선 현 상황을 타개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역마진→설비 감축→투자 위축’이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단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탈탄소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까지 동반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감은 급기야 노조의 공동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지회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산업 위기를 단순한 업황 악화가 아닌 국가 산업안보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상급단체의 경계를 넘어 연대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산업 전반의 위기 강도를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철강이 조선, 자동차, 방산, 건설 등 전방산업 전반의 기반이란 점에서 철강산업 붕괴는 제조업 전체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른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나선 것이다. 양측은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 △탄소배출권 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공정 전환을 위한 직접 보조금 및 세제 지원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현재 정부 지원이 연구개발(R&D) 단계에 국한돼 있는 만큼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철강산업 이해당사자들의 시선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 시행령으로 향하고 있다. K-스틸법 세부 시행령이 오는 6월 시행될 예정이고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연계된 프로젝트들도 상반기 중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K-스틸법 시행령 및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과 연계된 프로젝트 내에 정부의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법 통과만으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긴 어렵고 실제로 어떤 지원이 담길지는 시행령 내용을 봐야 알 수 있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에 구체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내용이 담길지는 현재 장담하기 어렵다”며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원책이 각각 다른 만큼 세밀한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 현장의 체감은 K-스틸법 시행령의 소기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선 철강사들의 설비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해 보다 속도감 있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동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철근 가격이 반등하고 있어 국내 철근 생산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는 최근 철스크랩 등 원료비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크게 올랐고 중국 등 주요 생산국에서 산업 구조조정 일환으로 철근 공급량을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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