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요구 격차 더 커졌다…”불안정한 평화가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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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요구 격차 더 커졌다…”불안정한 평화가 최선”

이데일리 2026-03-26 10:23: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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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튀르키예, 이집트,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이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회담을 추진 중인 가운데, 양측이 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외교적 합의 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단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부 요구가 충족되면 휴전하고, 논쟁적인 쟁점들은 추후로 미루는 불안정한 평화가 현재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중재국, 이번 주 중 미·이란 회담 추진…협상 타결은 난망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재국들이 이번 주 중으로 미국과 이란 간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협상을 부인하고 있는 이란도 비공식적으로는 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 중재자들에 따르면 이란 측은 적어도 미국과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회담이 진행될 경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참석할 수 있도록 미국과 이스라엘이 4~5일간 이들을 암살 대상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란 측은 미국의 협상 추진이 함정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과 핵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날짜를 며칠 앞두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도 미국이 이란 지도자에 대한 암살 시도를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협상 타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양측 모두 전쟁 전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것 이상의 요구 조건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이란은 미국이 전쟁 피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타협이 어려운 조건이다. 이란은 또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하며, 국제 해운사들이 해협 통과에 따른 비용을 이란에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해 우라늄 농축 포기, 미사일 사거리·수량 제한, 지역 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15개 항을 종전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통해 미국의 이 같은 요구를 즉각 거부했다.



호르무즈 통제권까지 쟁점 확대…先휴전·後협상 시나리오 부상

그러나 전문가들은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안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이 전쟁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가장 복잡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조건으로 휴전 협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근동정책연구소의 마이클 싱 소장은 “미국이 모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계속 고집할 가능성도 있지만, 보다 최소한의 휴전이 먼저 이루어진 뒤 더 포괄적인 의제를 다루는 후속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지난 2월 핵 협상에서 제시했던 안으로 의제를 되돌리는 것도 휴전 합의에 이르는 한 가지 경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수년간 중단하고 지역 비공격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미국은 이란이 보유한 무기급에 가까운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휴전 합의의 일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란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보유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즈 짐트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이 없다는 보장을 원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휴전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해협 재개방에 대한 합의를 대가로 휴전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대니얼 샤피로는 “양측이 각자의 요구 일부를 충족하는 형태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이 경우 합의는 교전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핵 물질 처리 방식 등은 이후 협상으로 넘기고, 미사일 프로그램이나 민병대 지원 문제는 장기간 미해결 상태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대신 이란은 부분적인 제재 완화만을 얻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협상보다 분쟁이 격화될 위험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지상군을 해당 지역에 파견하도록 명령했다. 현재 2개의 해병원정대 소속 5000명에 가까운 병력이 군함을 타고 중동으로 향하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82공수사단 소속 1000명의 선발대를 추가 투입할 것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리바프 의장은 미국이 자국 섬 중 한 곳을 침공하려는 계획을 포착했다며, 이를 돕는 아랍 국가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 내 강경파가 부상한 가운데,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동맹으로부터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협상의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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