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광호 비엘팜텍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ML-301에 대해 “초기 데이터와 컨셉이 상당히 흥미롭다”며 “잘 최적화하면 단독 물질로도, 항체 결합형 치료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엘팜텍은 향후 학회 발표와 논문 공개를 통해 ML-301의 객관적 검증을 확보하는 한편, 비밀유지계약(NDA) 기반 논의를 병행해 기술이전 가능성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정 CTO는 “과장도 과소평가도 경계해야 한다”며 “ML-301은 충분히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우수한 치료제 후보물질”이라고 정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엘팜텍 CTO로 합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비엘팜텍과는 예전부터 교류가 있었다. 그러던 중 자회사 비엘멜라니스 기술이 암젠의 골든 티켓(Amgen Golden Ticket)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면서 기술이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코넬대 의과대학(Weill Cornell Medicine) 연구진과 협력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고 제가 오래 관심을 가져온 타깃 단백질 분해(TPD), 프로탁(PROTAC),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 분야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영역이라는 점도 공감됐다. 그동안 구축해온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와 기술적 아이디어를 활용해 개발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회사 경영진과 기술적 피벗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합류를 결정했다.
△ML-301을 어떻게 평가하나.
-물질의 콘셉트와 데이터는 상당히 흥미롭다. 동물실험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합류 이후 가장 먼저 집중하고 있는 연구개발 과제는 무엇인가.
-분자접착제 기술 고도화와 이를 다양한 치료제로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하버드 다나파버 암연구소의 에릭 피셔(Eric Fischer) 교수 연구팀이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발표한 논문은 분자접착제가 단순한 스크리닝이 아니라 단백질 구조 기반 합리적 설계로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TPD 분야 기술 발전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연구라고 본다. 현재 코넬대 의대 연구진과 함께 학회와 논문을 통해 기술 소개를 준비하고 있다.
△CTO로서 ML301·ML302 개발에서 맡게 될 역할은 무엇인가.
-연구 조직과 사업 조직을 정비하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 개발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국내외 제약사와의 기술 협력이나 기술수출로 연결시키는 것이 목표다. 기존 방식의 신약 개발뿐 아니라 파트너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혁신적인 치료제 확장 전략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멀티버스 파르마(Multiverse Pharma)와 협업도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 멀티버스 파르마와의 협업 구상도 언급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신약벤처 멀티버스 파르마 쪽과도 연결이 돼 있다. 이 회사는 선정훈 대표가 이끄는 바이오텍으로 항체공학과 단백질공학 기반의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팀이다. 회사 소개를 보면 아예 샌디에이고에서 운영되고 있고 구성원도 글로벌 빅파마 출신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다.
△ 왜 멀티버스 파르마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나.
-ML-301이 실제 약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물성 개선과 구조 최적화다. 멀티버스 파르마는 항체뿐 아니라 분자 시뮬레이션과 구조 기반 설계 역량을 갖고 있어서 ML-301·ML-302를 더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BBB 통과 셔틀 플랫폼에 ML-301, ML-302를 태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그동안 R&D와 사업개발을 동시에 수행한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삼성종합기술원 시절 항체 치료제 분야 기술 동향을 조사하면서 다양한 바이오 벤처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직원 두 명에 불과했던 작은 벤처가 바로 할로자임(Halozyme)이었는데 이후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로 글로벌 빅파마들과 대형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성장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기술의 잠재력과 플랫폼 가치,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배웠다. 비엘팜텍이 개발 중인 기술 역시 항암 파이프라인이면서 동시에 플랫폼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ALT 양성 암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왜 중요한가.
-현재 ALT(Alternative Lengthening of Telomeres) 양성 암을 직접 겨냥한 치료제는 사실상 없다. 대부분의 암은 텔로머레이스(telomerase·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해 세포가 계속 분열할 수 있도록 하는 효소)가 활성화돼 있지만 ALT 양성 암은 다른 방식으로 텔로미어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기존 치료제가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육종암(뼈, 근육, 지방, 혈관, 신경, 결합조직 등 중간엽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폐암·위암·대장암 같은 상피세포 암과는 다른 계열의 암) 환자의 60~70%가 ALT 양성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발률이 높고 치료 옵션도 제한적이다.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매우 큰 영역이다.
△ML301의 작용기전을 쉽게 설명해달라.
-ALT 양성 암은 텔로미어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 복합체에 크게 의존한다. 기존 억제제 방식으로는 이 단백질들을 모두 공략하기 어렵다. ML301은 분자접착제 기술을 활용해 텔로미어 복합체를 구성하는 헬리케이스 단백질들을 분해하는 접근이다. 기존 약물이 공략하기 어려웠던 언드러거블(Undruggable) 단백질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암젠과의 협력 관계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암젠과는 비밀유지계약(CDA) 체결했다. 암젠 골든 티켓을 받은 기업 가운데 실제로 CDA를 체결한 사례는 비엘팜텍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가 기술 가능성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ALT 타깃 항암제 분야 글로벌 경쟁 상황은 어떤가.
-아직 초기 단계다. 일부 유럽 바이오텍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ALT 양성 암을 타깃으로 하는 정밀의학 치료제 개발을 위해 약 5억유로(약 8600억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점차 이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은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활용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4월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행사에서 암젠 글로벌 멘토들과 미팅이 예정돼 있다. 오는 9월에는 미국 암젠 본사를 방문해 후속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오는 6월 BIO USA에서도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 미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술이전 가능성은.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을 가질 만한 물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분자접착제 분야 자체가 아직 게임체인저가 나오지 않은 초기 시장이다. ML 301은 최근 구조 개선과 물성 최적화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이런 부분들을 추후 실험 등을 통해 증명한다면 예상보다 빠른 기술이전이나 협력이 가능하다. ML-301은 단독 신약으로도 가능성이 높고, 그동안 연구해온 항체치료제, 면역항암(immuno-oncology), 면역신경(immuno-neurology) 분야의 항체치료제들과의 접합점을 찾아볼 수도 있다. 쉽게 표현한다면, 전투기에 스마트 미사일을 장착시킨다는 표현이 가능할 것 같고, 초기 단계 기술이라도 빅파마들이 빠르게 관심을 가질수 있는 분야이다.
한편 정광호 CTO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 학사, 유전공학 석사, 분자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와 미국 스탠퍼드대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수석연구원으로 바이오 연구개발 전략을 담당했다. 정 CTO는 메디톡스(086900), 이뮨온시아(424870) CEO, 차바이오텍(085660) CTO 등을 거치며 항암항체, 면역항암제, 세포치료제, 백신 개발을 총괄했다. 정 CTO는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에서 글로벌 협력과 기술이전 전략을 이끌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