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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일본 은행들의 해외 진출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현지화다. 해외 나가서 외국계 은행 간판만 내걸고 영업을 하기보단, 철저히 모든 걸 현지화해 로컬은행으로 변신한 거다.”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아마야 토모코 일본금융청 전 차관은 일본 은행들이 해외에서 성공한 비결로 ‘현지화’를 꼽았다.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자국에서 하던 영업방식이 아니라 그 국가 상황과 문화에 맞춰 현지은행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마야 전 차관은 이데일리가 26~27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하는 ‘제15회 국제비즈니스금융컨퍼런스(IBFC)’에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빠르게 바뀌고 있는 환경에 직면해 있는 금융기관들의 과제에 대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아마야 전 차관의 이야기처럼 일본의 메가뱅크(초대형은행)그룹은 현지화 등의 전략으로 해외시장 확대에 성공했다. 2021년 각사 그룹 매출 가운데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처음 웃돌았고, 2024년엔 70%를 넘어섰다. 장기화된 저금리를 무기로 1990년초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한 일본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글로벌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선 현지 대형은행의 지분을 적극 매입한 뒤 경영에까지 뛰어들었고,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층을 넓혀가며 몸집을 불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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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25년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가 발표한 자산 규모 기준 세계 100대 금융그룹 순위에 따르면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인 MUFG(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는 자산 약 2조6281억달러(3946조원)로 세계 금융그룹 중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SMFG(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그룹)도 1조9772억달러(2969조원)로 14위, 미즈호파이낸셜 그룹이 자산 1조8055억달러(2711조원)으로 18위를, 일본우정은행(Japan Post Bank)은 1조547억달러(2320조원)로 24위다. 총 4곳이 30위 안에 포진해 있다. 반면 한국은 100위권 안에 5개 은행이 포함돼 있지만, 30위안에 드는 은행은 없다. 국내 1, 2위인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각각 68위(자산 769조원), 69위(자산 751조원)에 머무는 수준이다.
일본의 유일한 외국계은행인 SBJ(신한은행 일본 도쿄법인)의 권순박 대표(법인장)는 “일본은 기업과 금융사가 적극적으로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하면서 자산을 키운 반면 한국의 은행들은 국내 영업 위주의 안정적인 사업을 하다보니 자산 규모가 큰 차이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이 메가뱅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정책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은 정부가 100% 출자한 정책금융기관(JBIC)을 세워 일본 기업의 해외 사업과 국제경제 발전을 지원했다. 일본 메가뱅크는 해외 M&A나 인프라 딜에서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지기보다 JBIC와 함께 들어가는 구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닛폰스틸의 US스틸 인수금융에서 JBIC와 일본 민간 3대 메가뱅크가 함께 대출을 제공했다. 2014년 산토리의 빔 인수 때도 마찬가지다.
규제완화 영향도 컸다. 일본금융청은 2021년 은행의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해외사업시에는 지분투자 규제를 완화했다. 또 2024년엔 해외사업에 있어서는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비금융사업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아마야 전 차관은 “일본의 메가뱅크가 해외로 나가기 시작한 것은 저성장 장기화 속에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면, 이후 현지화와 정부의 지원 등이 맞물리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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