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짓부셔/테로/자대… 멀어지는 북한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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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짓부셔/테로/자대… 멀어지는 북한말

연합뉴스 2026-03-26 05: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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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쓰는 말이 꽤 다르다고 확인하는 건 북한 뉴스를 전하는 언론 기사문을 볼 때다. 엊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했다는 연설에 관한 보도도 그런 예다. 지난 23일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은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설에 쓰인 북한말은 우리가 아는 우리말과 큰 차이를 보인다.

남북한 언어 비교 '테러' 남북한 언어 비교 '테러'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남북한 언어 비교 캡처

문법과 어휘, 외래어 표기에 걸쳐 다름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온갖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짓부셔버리기' ∼"라고 했지만, 한국에선 같은 뜻으로 "짓부수어버리기(짓부숴버리기)"를 쓴다. 기본형 '부시다'는 눈이 부신다, 그릇을 부신다(깨끗하게 씻다) 할 때 쓰는 말이다. '마구, 몹시, 함부로'를 뜻하는 접사 '짓'하고 이 '부시다'는 짝이 되기 어렵다. '부수다'는 어울리지만.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갈 것"이라는 표현도 보이는데, 이것도 한국에선 "∼ 벌여나갈 것"이라고 해야 한다. 팔은 벌리지만 판은 벌이고 행위도 벌인다고 한다. 남북이 거꾸로 쓰는 '늘이다/늘리다'와 한가지다.

남북한 언어 비교 '부시다' '부수다' 남북한 언어 비교 '부시다' '부수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남북한 언어 비교 캡처

연설에 쓰인 '국가테로'도 도드라진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국가테러(terror)로 쓰는 우리와 달라서다. 북한에선 테로망, 테로분자라 하지 테러망, 테러분자라 않는다. -망, -분자까진 다르지 않은 점이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국문법에서 복잡한 적용 규정으로 악명높은 사이시옷을 북한에서는 안 쓴다. 자로 쓰는 대막대기나 나무 막대기 따위를 이르는 '잣대'를 '자대'라 하는 이유다. 어떤 현상이나 문제를 판단하는 데 의거하는 기준을 빗댈 때도 쓰는 이 말이 "지난 시기의 낡은 기준, 낡은 자대에 맞추어졌던 외교관행에서 …"이라는 대목에 꼭 그렇게 쓰였다. 이 연설 기조처럼 북한이 적대 일변도로 나온다면 우리말마저 서로 더 멀어지게 생겼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남북한 언어 비교 - https://nkinfo.unikorea.go.kr/nkp/word/nskWordCompare.do

2. 발행처 연합뉴스(지은이 조순래 외), 『북한용어소사전』, 2003

3. 연합뉴스 기사, 김정은 "한국 가장 적대국으로 공인…건드리면 무자비한 대가"(종합2보) (송고 2026-03-24 19:19) - https://www.yna.co.kr/view/AKR20260324010153504

4.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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