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맹활약할 때마다 밈(meme)이 생긴다. 야구팬들은 그들에게 한국식 이름을 붙여 부른다.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이름을 각각 '고봉세' '왕이수'로 부르는 방식이다. KT 위즈에서 뛰었던 멜 로하스 주니어 역시 '노학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는 KBO MZ(밀레니얼+젠지)세대 야구팬들이 센스와 애정으로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다. 이러한 문화는 또 있다. "한국을 떠나지 못하게 여권을 압수해야 한다"는 유쾌한 '협박' 농담도 나온다. 아예 가짜 주민등록등본을 만들어주며 한국인으로 편입시키자는 농담도 이어진다. 그래서 LG 트윈스 팬들은 오스틴 딘을 '잠실 오씨'라고 부른다.
KBO 팬들은 외국인 선수를 '이웃 주민'처럼 대한다. 길거리에서 외국인 선수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한다. 경기장에서는 선수의 가족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따뜻하게 대해준다. 오스틴의 장남인 매튜 딘은 LG 팬들에게 인기 스타다. 폰세의 아내 엠마와 와이스의 아내 헤일리는 대전에서 러닝 크루를 만들어 팬들과 교류하는 시간도 가졌다.
KBO 팬 문화는 일종의 배려라는 분석이다. 언어, 음식, 문화 등이 상당히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며 한 시즌 동안의 장기 레이스를 치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은 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나마 한국 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고 싶은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는 타인, 그리고 손님을 향한 한국인의 '배려와 정(情)'이라고 할 수 있다.
팬 문화에 감동을 표한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다. 폰세가 대표적인 사례. 그는 한국 생활 내내 팀과 팬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엠마 역시 대전에서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주변인들의 도움 속에 마쳤다. 최근 폰세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화를 자신의 "전부"라고 표현하며 울컥했다. 토론토에서는 '우상' 류현진의 등번호(99번)를 거꾸로 한 66번을 달았다.
이 관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다. 외국인 선수가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일수록 팬들도 더 애정을 주는 거고, 그 응원은 다시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폰세 역시 유튜브 인터뷰에서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고, 팀을 위해서뿐 아니라 팬들을 위해서도 꼭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외국인 선수는 팀의 일원이자 가족으로 완전히 녹아든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인연은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라이언 사도스키(롯데 자이언츠)는 현역 은퇴 후 구단 스카우터 직무를 수행하거나,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을 구단에 추천하기도 했다.
KBO를 거친 외국인 선수가 고국으로 가져가는 것은 연봉만이 아니다. 한국 팬, 동료와 나눈 뜨거운 정을 가져간다. 올해부터 아시아쿼터제 도입으로 한 구단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가 4명까지 늘었다. 그만큼 더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한국을 찾게 된다. 앞으로도 많은 외국인 선수가 한국 팬들과 교감하며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인연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일간스포츠 서포터즈 1기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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